노자 - 자연과 더불어 세계와 소통하다, 완역결정판
노자 지음, 김학주 옮김 / 연암서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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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단 기술문명의 시대에 접어든지 오래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새로운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물질문명의 시대이다. 그러나 물질문명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정신문명의 심각한 폐해로 말미암아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그 해답을 동양 사상이나 철학에서 찾고자 하는 노력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지금은 오히려 동양에서보다 더 열심이다. 이런 것을 보면 세계 역사의 중심은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음이 사실같이 보인다.

  『노자』는 공자의 <논어>와 함께 동양사상을 대표하는 중심에 서 있는 책이다. 흔히 <도덕경>으로 더 많이 불리는 책. 저자인 '노자'가 실존인물인지 여부도 밝혀지지 않았고, 이 책이 어떻게 쓰여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진행중이다. 물론 나와 같은 범인이라면 이러한 사실을 알리도 없었고 알 필요도 없이 '노자'는 실존한 인물이고, 그가 쓴 책이 아닐까 정도만으로도 무리가 없긴 하다. 하지만 이 정도의 상식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책의 거의 절반 가량을 <노자>라는 책에 대한 해설로 할애했다. 노자의 생애, 책이 나오게 된 데 대한 추측, 책에서 가르치는 것이 무엇이고, 중국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아마 나와 같은 초심자에게 경전을 읽기 전에 기본적인 소양을 쌓고 시작하라는 가르침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나머지 부분은 상, 하편으로 나눠진 도(道)경과 덕(德)경이다. 37장으로 구성된 상편인 도경과 44장으로 구성된 하편인 덕경, 모두 합해 81장으로 구성되었다. 각 장은 제목과 간단한 소개글로 시작한다. 내용에 들어가면 원문을 번역한 글과 원문 그리고 해설 순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원문에 쓰여진 한자어에 대한 설명을 미주의 형식으로 붙여 놓았다.

  노자를 간략히 요약하자면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사상이다. 아무것도 없다는 무(無)의 사상에서 도(道)의 본원적인 개념을 꺼집어 낸다. 무위(無爲, 일부러 하는 것이 없다), 무지(無知, 아는 것이 없다), 무욕(無欲, 욕심이 없다), 무아(無我, 내가 없다)의 개념으로 발전시킨다. 도(道)를 따라 덕(德)을 쌓는다.

  책의 전반부에서 너무 힘을 빼서인지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는데 후반부에 접어들기가 무섭게 진도가 나가버렸다. 어쩌면 후반부를 꼭꼭 씹어야 하는데도 말이다. 대신 끝까지 가고나니 처음부터 다시 읽고 싶어졌다. 전반부에 이해 못하고 넘어간 부분이 생각났고, 후반부를 정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도덕경>이 <노자>를 다르게 부르는 이름이라는 것도 몰랐다. 평소 인문학 서적에 관심을 가지기는 하지만 <노자>를 접해본 기억은 별로 없다. 아니 학창 시절부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읽은 기억이 안난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최근에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급하게 그동안 모아두었던 서평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찾아낸 책이 바로 존 그래이가 쓴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였다. 이 책은 작년에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운영하는 7기 신간평가단으로 활동할 때 읽었던 책이다. 이 책의 원제는 '지푸라기 개(Straw Dogs)로 <노자> 제5장 허용(虛用)편에 나오는 다음 글에서 따왔다고 한다.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으니 만물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내버려둔다)

  이 책의 말미에 존 그래이가 말했던 세 문장이 너무나도 잘 정리했다고 느꼈었다.

  '동물들은 삶의 목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런데 자기모순적이게도, 인간이라는 동물은 삶의 목적 없이는 살 수가 없다. 그냥 바라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삶은 생각할 수 없는 것일까?'

  처음 접해보는 『노자』이지만 동양 고전답다는 느낌이 짠하게 전해온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곳에서 출간된 <도덕경>도 한 번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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