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워터 -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용병부대의 부상
제러미 스카힐 지음, 박미경 옮김 / 삼인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지난 주 파키스탄의 고급 주택가에서 미군 해군 특수부대에 의해 오사마 빈 라덴이 자기 자식이 보는 앞에서 사살되었다. 미국은 지난 2001년에 일어난 '9.11 테러'의 배후로 오사마 빈 라덴이 속해있는 테러단체 알 카에다를 지목했었고, 빈 라덴을 제거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미국의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화씨 9/11>에서 고발하는 영상을 보면 9.11 테러가 정말 빈 라덴과 관계가 있는 지 의심이 간다. 이번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가급적 생포하는 것이 미국의 관행인데 사살한 것이다. 특히 처음 발표에서는 빈 라덴이 무장한 상태에서 격렬하게 저항해서 어쩔 수 없이 사살했다고 했다가, 나중에 무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살한 것으로 번복까지 하면서 말이다.

  미국은 자칭 세계의 경찰로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한다. 그리고 이번 사건처럼 미국은 그들의 적을 자신들이 처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CIA나 FBI,  미군 특수부대 등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나라의 정권이든 전복하기 위해 암살단을 보내기도 하고, 군대를 지원하기도 하고, 쿠데타를 부추기기도 한다. 경찰치고는 참으로 더러운 경찰이다.

  미국 하면 빼놓으면 안 되는 것이 또 있다.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로비를 합법적으로 인정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많은 숫자의 로비스트가 합법적으로 로비 활동을 하는 나라다. 게다가 '회전문 인사'라는 희한한 공무원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다. '회전문 인사'란 업계의 이익과 관련 있는 사람을 정부 내각에 고용해서 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중앙부처 차관급 이상 정도가 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로비와 회전문 인사 이 두 가지만 봐도 미국 정부가 어떤 계층을 위해 일하는지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삼인출판사에서 이번에 발간된 신간 표지에 찍혀있는 책 제목 『블랙워터』는 미국에서 가장 거대한 민간군대를 말한다. 11만 1000에이커나 되는 거대한 훈련장은 물론 기본적인 무기나 탄약까지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생산시설을 갖춘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민간군대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우기면서 시작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은 세월이 가면 갈수록 점점 너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다. 애초부터 테러와는 상관없고 다른 목적을 가진 전쟁이었기에 당연한 귀결이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파병되는 것은 군인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군인과 같이 무장하고 다니지만 미군이 아닌 사람들. 블랙워터, 다인콥, 에리니스, 아모그룹, 하트 시큐러티와 같은 민간회사가 고용한 용병들이다. 이들은 주로 두 가지의 일을 한다. 민간 경호 업무와 배달 업무다. 민간 경호업무는 크게 사람에 대한 경호와 시설에 대한 경비로 나눠지고, 배달 업무는 주로 미군부대나 미국인이 점령하고 있는 시설에 주방용품, 식료품, 생활용품 등을 납품해 주는 업무다. 이들 업무는 모두 무장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이들이 이동하는 구역 대부분이 언제 반군이 공격해올지 모르는 전쟁터나 다름없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잘 알려지지 않은 용병들로 대변되는 미국 내의 용병부대중 규모가 가장 큰 블랙워터의 사례를 통해 이들 산업이 자랄 수 있는 정치적인 배경, 블랙워터의 탄생 등의 과정을 나열한다. 아울러 용병산업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으면 이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밝혀내고 이들의 요구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파헤친다.

  책에 따르면 "군산복합체"의 부상을 "중대한 위협"으로 보고 이에 대한 경고를 이미 1961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퇴임 연설을 통해 예언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날의 미국은 이미 거대한 군산복합체가 성장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은 전쟁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나라가 이미 되어버렸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미국의 미래가 중대한 위험에 처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책을 읽다보니 언짢은 부분도 있었다. '칠레의 블랙워터 대원들'에 나오는 피자로라는 용병 중계상이다. 칠레는 1973년 육군 대장이던 피노체트 장군이 미국의 도움으로 아옌데 정권을 쿠테타로 몰아낸다. 그 뒤 무려 17년 동안 독제정권을 유지하면서 쿠테타 반대파는 물론 수 많은 민간인을 학살하고 탄압했다. 우리나라 박정희 전대통령과 다른 점이라면 1991년 선거에서 져서 권좌에서 물러났다는 점이다. 그런데 피자로가 피노체트 정권에 대해 변호하는 말이 어째 우리나라 보수주의자들의 이야기와 똑같다.

  책을 다 읽고나니 문득 9.11 테러가 알 카에다가 아닐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미국내 극단적인 우파 보수주의 진영에서 자작극을 벌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심한 비약일까? 하지만 9.11 테러로 인해 용병부대의 필요성이 행정부 내에 급속히 확산되었음은 책에서 밝히고 있다. 거짓말 같다고? 뭐, 직접 읽어보시고 판단하시라고 하는 수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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