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연의 오늘의 수학
이광연 지음 / 동아시아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에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 수학이었다. 대학은 다 마치지 못했지만 물론 전공 역시 수학이었다. 2학년 1학기에 그만두었으니 딱히 전공이라고 말할 처지는 못 되지만 말이다. 그래도 고등학교 수준까지는 지금도 자신이 있다. 가끔 고등학교 2학년인 작은 애가 물어보면 같이 풀어보곤 하는 것이다.

학창시절에 '수학을 왜 배우는가?'하는 의문을 많이 가진다. 특히 수학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졸업하고 나면 써먹을 수도 없는 그 어려운 것을 왜 배우냐는 푸념이다. 나 역시 그때는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지금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닥치는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해 수학을 배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실생활 속에 수학이 알게 모르게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면 누구나 수학에 대해 조금은 달리 생각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가지게 해주는 책이 바로 『이광연의 오늘의 수학』이다. 이 책은 네이버의 <오늘의 과학>에 2009년 1월부터 2년간 연재한 글을 책으로 엮은 것으로 모두 28편의 글이 실렸다.

책은 택시가 이동하는 거리에서 비유클리트 기하학을 도출해낸다. 종이접기를 통해 드래곤 커브라는 프랙탈을 만들기도 하고, 매미의 삶의 주기와 생존경쟁에서 소수의 개념을 끄집어낸다. 이밖에도 도미노에서 수학적 귀납법의 원리가 작동함을 보이고, 뫼비우스 띠가 미국의 재활용 마크에 활용되고 있고 재래식 방앗간이나 원동기에 자주 볼 수 있는 컨베이어 벨트 등 실생활에 사용되는 경우도 보여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SK텔레콤의 T 로고 역시 자세히 보면 뫼비우스 띠의 디자인이다.

책에는 수학에서 전문적인 영역도 다룬다. 원을 직원 위에 굴렸을 때 원 위의 한 점의 발자취인 사이클로이드 곡선, 부분이 곧 전체인 도형 프랙탈, 바퀴가 굴러가는 동안 무한히 많은 점프를 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바퀴, 구두장이의 칼을 닮았다는 아벨로스, 소금그릇을 닮은 도형인 샐리논, 분자 분모를 각각 더하는 바보 셈이 가능한 패리 수열 등이다. 그래서 이런 분야는 책을 읽다보면 조금 어렵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책을 읽다보면 재미있는 곱셈법이 나온다. 겔로시아라는 격자곱셈법인데 인도의 수학자 바스카라가 지은 수학책 <릴라바티>에 주석으로 달려 있어 인도에서 개발된 것으로 추측되는 계산법이다. 이 계산법을 처음 접하는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 인도의 베다수학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우연히 어느 책에서 알게 된 계산법이었다. 사실 이 계산법보다 책에서 보여주는 '선긋기 계산법'이 오히려 더 신기하다. 두 곱셈법이 모두 같은 원리인데도 말이다.

뫼비우스 띠를 서로 반대 방향으로 꼬아서 서로 수직이 되도록 붙이고 가운데 점선을 그어 이를 따라 자르면 서로 결합된 두 개의 하트가 된다는 설명이 색다른 느낌을 준다. 아이들이 있을 때 같이 한번 해보면 신기해할 것 같다.

수학에 관심을 가지기 위해서라면 솔직히 이 책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일부 전문적인 분야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수학을 더 어려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신 책 속에 있는 어려운 수식이나 함수를 무시하고 흥미 위주로 가볍게 읽으면 수학의 색다른 묘미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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