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다시 쓴 10가지 발견 - 인류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고고학적 발견들
패트릭 헌트 지음, 김형근 옮김 / 오늘의책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는 대부분 책에 기록되어 전해지지만 이와 다르게 유물이나 유적의 발굴을 통해 다시 쓰이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고고학의 힘이다. 인류 역사에서 고고학은 18세기 후반부터 서서히 발전하였지만 지금까지 많은 유적이나 유물을 발견하여 역사를 다시 쓰게 한 사건들은 많았다. 솔직히 고고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역사를 다시 쓴 10가지 발견』에서 다루는 위대한 고고학적 발견을 접하면 낯설기보다 친숙한 느낌을 가질 것이다. 그것은 고고학적 발견으로 새로 쓴 역사를 알고 있다는 것으로 최근에 발견된 것을 제외하면 이제는 상식이 되어버렸다는 의미다.
 
  책은 고대 이집트 세계를 열게한 로제타스톤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고대 그리스어와 이집트 민중문자, 이집트 상형문자 이렇게 세 가지의 언어로 기록된 로제타스톤을 통해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를 읽는 비밀이 풀린다. 이에 따라 베일에 쌓여있었던 고대 이집트의 역사가 부활하게 된다.
 
  신화나 전설로 내려오던 이야기가 역사가 된 것도 잇다.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드에서 언급되는 트로이를 역사로 밝혀낸 하인리히 슐리만, 성서의 요나 이야기를 사실로 밝힌 레이어드의 아시리아 도서관 발굴,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전설의 아틀란티스라고 확신에 차 화산으로 묻힌 에개해의 도시 타라를 발굴한 마리나토스의 이야기가 이에 해당한다.
 
  이밖에도 20세기 가장 극적인 고고학적 발견으로 회자되는 '투탕카멘의 무덤', 잉카제국의 공중도시로 '오래된 산'이라는 뜻의 '마추픽추', 베수비오산의 화산폭발로 묻혀버린 '폼페이', 성서 사본의 기원을 1000년이나 거슬러 올라가게 한 '사해문서',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류 진화의 연결고리가 발견된 아프리카 '올두바이 협곡',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많은 유물이 들어 있는 무덤인 '진시황릉', 이 모든 발견들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밝힌다.
 
  이 책을 통해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발견을 모티브로 한 영화 이야기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모델이 바로 마추픽추를 발견한 빙엄이라는 사실이다. 그가 태어난 곳은 하와이지만 1908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제1회 전미과학대회에 참여했고, 19세기 초반 독립운동가 시몬 볼리바르가 여행한 루트를 연구하기 위해 남미에 남기로 결정했었다. 그렇게 그 여정을 따라가다가 잉카문명의 중요성을 깨닫고 잊혀진 도시를 찾아 나선 것이다.
 
  영화 '미이라'의 모티브를 제공한 것 역시 '투탕카멘의 무덤'이다. 물론 가장 최근에 나온 '미이라'에서는 이 책에 나오는 '진시황릉'의 주인공인 진시황이 등장하기도 한다. 투탕카멘의 무덤이 20세기 가장 극적인 고고학적 발견이라는 명성을 얻게된 이유는 이 무덤이 발견되기 전까지 수많은 실패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대신 이 극적인 발견은 전세계에 수 많은 이집트 마니아를 양산해 내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과거에도 자연재해가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티라는 화산과 지진으로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때 여파로 일어난 거대한 해일은 미노아 함대를 파멸시켜 미노아 문명을 약화시켰고, 이 사건을 계기로 미노아 문명은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쓰나미로 인해 발생하는 엄청난 자연재해는 최근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다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최근에는 더 자주 발생한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읽으면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역사 또는 고고학을 전공한 사람들이라면 책에서 설명하는 각 지명에 대한 이해가 쉬울지는 몰라도, 나같이 평범한 사람의 경우에는 지명이 많이 낯설어 이해 하기가 힘들었다. 물론 역자의 입장에서 보면 원작에 충실하다보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래도 지도나 삽화 정도는 넣어도 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그리고 일부 삽입된 그림에 대해서도 아쉽다. 고고학을 전공한 분들에게 자문을 구해 그림까지 번역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정말 아쉬운 부분은 오탈자가 너무 자주 눈에 띄는 것이었다. 극히 일부이지만 매끄럽지 못한 번역은 그래도 조금 낫다. 하지만 오·탈자는 훌륭한 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 같아 속이 많이 상했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 몰랐던 지식의 폭을 넓힐 기회가 되어 좋았다. 아슈르바니팔 왕이 만든 왕족 도서관인 아시리아 도서관, 그리고 티라와 올두바이 협곡, 이 세 곳에 대한 이야기를 얼핏 들은 적은 있었지만 자세히는 알지 못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단순히 호기심이든, 지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든 역사나 신화 그리고 전설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영화 '미이라 시리즈'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 열렬한 팬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잃어버린 문명이 어떻게 세상에 다시 나타나는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를 밝혀주기 때문이다. 
 
  우연일까? 어제 병인양요때 프랑스에 강탈당한 외규장각 도서 1차분이 우리나라에 도착했다. 물론 대여형식으로 소유권은 아직도 프랑스에 속하지만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이는 프랑스 국내법을 우회하기 위한 것으로 돌려받을 의사가 없기 때문에 영구 반환으로 봐야 한단다. 그런데 다른 소식에 따르면 계약 자체에 그런 사항이 없고 5년 갱신이 되는 2015~2016년에 우리의 국보문화재가 대신 볼모로 잡혀가게 되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정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하는 푸념섞인 한숨이 나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