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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여 저게 코츠뷰의 불빛이다
우에무라 나오미 지음, 김윤희 옮김 / 한빛비즈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북극해 연안의 극지방에 사는 사람들을 흔히 에스키모인 이라고 한다. 그리인란드, 캐나다, 알래스카, 시베리아의 베링해 연안 등에 거주하며 모두 합해 약 5만 5천 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에스키모라는 이름도 별로 좋은 이름이 아니다. '날고기를 먹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인간을 뜻하는 이뉴이트(Innuit)라고 부른다.
우에무라 나오미 라는 등산가이자 모험가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안나여 저게 코츠뷰의 불빛이다』라는 책 제목을 보고도 선뜻 손이 가지를 않았다. 그러나 해제를 쓴 이가 바로 '고도원의 아침편지'로 유명한 고도원 이라는 이름이었다. 그것도 강력하게 추천한다는 메시지와 함께다. 그래서 주저 없이 손에 넣어버렸다.
이 책은 우에무라 나오미가 무려 12,000km나 되는 북극지방을 1년 2개월간 단독 개썰매로 횡단한 이야기다. 덴마크령인 그리인란드에서 출발해서 북극을 횡단하여 캐나다로 들어갔다 최종 종착지인 알래스카 코츠뷰에 이르는 1974년 12월 20일부터 1976년 5월 8일까지의 일기를 그대로 담은 책이다.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의 이야기이고 1989년에 나왔다가 절판되었던 책을 복간한 것이란다. 그리고 책의 제목에 언급된 안나는 개썰매의 리더인 암컷개의 이름이다.
책을 읽다보니 어느덧 저자의 모험 속에 내가 빠진 듯한 기분이 든다. 주인공인 나오미는 참 많은 경험을 한다. 썰매를 끌던 개가 도망가 버리는 경우도 당하고, 얼음 위를 질주하다 물에 빠지는 경험도 한다. 내리막을 내려올 때는 미끄러지고 굴러 떨어지고, 백곰을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절망의 순간마다 다시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후퇴 없이 계속 전진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손에 쥐자마자 몰입해버렸던 것이다.
우에무라 나오미는 27살에 남미 아마존 6,000km를 혼자서 뗏목으로 탐사하고, 29살에 세계 최초로 5대륙 최고봉에 오른 사나이, 이 책에서 다루는 북극 횡단 여행이 끝나고 2년 뒤 그는 북극점에 최초로 단독으로 선 사람이 되었다. 이후 남극횡단을 시도하였으나 포크랜드 분쟁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1984년 북미의 맥킨리 등정을 하다가 실종되었다.
꿈을 꾸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실천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목표를 향해 질주하다 실패에 좌절하면서도 다시 일어나 도전하는 사람들의 삶은 아름답다. 그것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비록 실패를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 속 깊이 묻어두었던 도전과 열정,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책을 덮으려니 문득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이런 모험을 할 수도 볼 수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35년 전에 이미 문명의 이기가 극지방에까지 전파되었다. 예전의 개썰매가 아닌 스노우 스쿠터가 널리 보급되었다는 것을 이 책에서 접할 수 있었고 지금은 여기에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고 북극 지방에 얼음이 녹는 등 이제는 정말 개썰매만으로 북극을 횡단하는 일이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삶은 도전의 연속이 아닐까? 그래서 소중한 꿈을 마음 속 깊이 묻어두었다면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도전하려는 열정과 희망을 가지기를 권한다. 인생은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갈만한 가치가 도전을 포기해야할 가치보다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