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 누구나 말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조준현 지음 / 카르페디엠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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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나라 헌법에 거주 이전의 자유와 직업 선택의 자유가 들어있다.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권리인데 이를 헌법에 열거한 이유가 다른데 있었다면 조금 의아할 것이다. 그것도 유럽의 시민혁명과 자본가계급의 결코 분리시킬 수 없는 운명에서 비롯된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 두 가지는 막 지배계급의 위치로 도약하던 자본가계급의 요구를 담은 것이다. 봉건적 예속과 봉건계급에 묶여 있던 하층민을 노동자로 고용하기 위해 정치적, 신분적 변혁이 필요하여 프랑스혁명으로 대표되는 시민혁명 이후 대부분의 국가가 이를 헌법에 명시하게 된 것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국가다. 사회를 구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생산수단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구분하는 방법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다. 자본주의는 자본가가 사회주의는 사회가 생산수단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생산수단을 가지고 있는 자본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노동자로 살아야 하는 나라다. 그런데 노동자라는 개념을 가지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누구나 말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자본주의』는 자본주의 300년의 역사를 시대에 따라 몇 가지 화두를 중심으로 풀어내는 책이다.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담론은 자본주의의 역사를 제대로 알자는 것과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그로 인해 신자본주의에 대안으로 이야기 하는 학자나 농민운동가의 주장이 틀렸음을 지적한다.

  책에 따르면 자본주의의 역사는 몇 개의 장기 파동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제1파동은 산업혁명 이후 상승기와 이어지는 하락기를, 제2파동은 철도산업의 발전과 중화학공업화가 이끌었으며, 1893년 '대불황'에서 시작된 제3파동은 독점자본주의와 제국주의로의 전환이 이끌었고, 1930년 세계 '대공황'에서 시작된 제4파동은 포드주의 생산방식과 자동차산업이, 그리고 1974년 공황에서 시작되어 지금 진행 중인 제5파동은 세계화가 추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2차 대전 종결과 함께 서유럽 사회에 불어 닥친 복지제도로 인해 노사정 대타협이 일어난다. 하지만 1974년 공황을 계기로 신자유주의가 도입되었으며 이는 도입당시부터 실패가 예정되어 있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세계화에 대한 저자의 견해 중 재미있게 구분한 부분은 좋은 세계화와 나쁜 세계화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산당선언>에서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고 말했을 때는 관념에 불과했지만 오늘날 세계 노동자들이 단결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든 것이 좋은 세계화라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화를 대놓고 비판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말이다.

  책의 결말부분에서 두 학자 장하준과 신장섭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부분이 이채롭다. 장하준은 신자유주의보다는 차라리 박정희식 개발독재가 낫다는 주장이고, 신장섭은 성장을 위해서는 독재도 수긍할 수 있다는 주장이라는데 사실 저자가 반박한 것에는 나 역시 공감이 갔다.

  아쉬웠던 점은 결말 부분이었다. 물론 현실적이지 못한 주장을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개발독재는 안 된다. 그리고 공동체 사회 역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그것인데, 그렇다면 다른 대안은 없느냐는 것이다.

  책 한 권으로 자본주의에 대해 전부를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자본주의를 이끌어 왔던 300년의 역사를 공장, 국가, 독점, 공황 등 주요 용어로 풀어 재미있게 읽을 수가 있었다. 특히 책 사이사이에 삽화나 사진을 배치하여 재미를 더해 주었다.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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