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가게 - 당신을 꽃피우는 10통의 편지
기타가와 야스시 지음, 나계영 옮김 / 살림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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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마지막으로 쓴 편지는 언제일까 생각해보니 까마득하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정확히 언제인지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럼 기억에 남는 편지는? 고맙게도 기억에 남는 편지는 있다. 군대에 있을 때 친구에게서 받은 편지였는데 내용이 제대하고 나와봐야 별볼일 없다는 것이었는데, 그 당시 그게 왜 내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었는지 지금도 미스테리다. 아마도 적절한 반말이 엉뚱한 향수를 느끼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책을 읽다보면 문득 '내가 20대일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자기계발서적을 읽을 때마다 그랬고 아빠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책을 읽을 때마다 그랬다. 그래서 자주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잔소리를 해댄다. 나처럼 후회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표지에 덩그러니 찍혀있는 책을 보았다. 『편지가게』라는 책이다. 얼핏 보면 자기계발서같다. 그런데 책을 펼쳐 읽기시작하자 이내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설은 주인공 니시야마 료타가 자주 가는 북카페 '서락'에서 자신의 생일이벤트를 만들어 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생일이벤트는 별거 아니다. 카페에서 좀 특별한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일명 '사장님 자리'를 사용할 수 있는 생일우대권을 주는 것이었다. 주인공 료타가 평소 앉아보고 싶어 했던 자리다.

  이곳에서 료타는 편지가게에 대한 광고지를 보게 된다. 편지가게란 총 10통의 편지교환을 통해 주인공의 고민을 푸는데 도움을 준다는 일종의 멘토링이라는 것. 대학 4학년인 료타가 봄부터 하려고 했던 것은 구직활동이었다. 그래서 얼떨결에 첫 편지를 쓰게 되는 우리의 주인공 료타, 물론 주된 내용은 구직활동인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렇게 편지는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올바른 직업관과 사회관에 대해 조금씩 눈을 뜨게 된다는 내용이다.

  책은 편지글을 통해 자기계발서적에서 볼 수 있는 교훈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특히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밑줄을 그었다. 그래서 다 읽은 뒤에 다시 한 번 그 부분만 정독하면서 되새길 수 있어 좋다.

  소설의 형식을 빈 자기계발서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분류일 것이다. 사실 뒤 결말부분에 가서는 조금 엉성하다는 느낌도 들지만, 전반적으로 참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표지에 다른 독자들의 추천글을 보고 구직활동을 잘 헤쳐 가는 방법이나 요령을 가르쳐주는 책으로 착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오히려 보다 더 높은 이상과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책이다. 구직활동에 좌절을 경험했다면 이 책을 통해 위안을 삼기를 바란다. 그리고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이 책을 통해 어떻게 꿈을 꾸고 어떻게 실현할까를 진정으로 고민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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