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끼고, 훔치고, 창조하라 - 모방에서 창조를 이뤄낸 세상의 모든 사례들
김종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베끼고, 훔치고, 창조하라』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반문할 것이다. 창조라는 게 남의 것을 베끼고, 훔쳐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높고 베끼고, 훔치라니 황당하기 그지없다는 표현이 맞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그런 의문점은 사라진다.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도 완전히 독창적인 작곡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고백했단다. 화가 피카소와 시인 푸슈킨도 베끼기는 마찬가지였단다. 그래서 고개가 끄떡거려진다.

  어느 집단이든 혁신을 이야기하고 창조적인 마인드를 운운하지만 창조라는 것이 그리 쉽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창조인데, 이 책에 따르면 하늘 아래 완전한 새것은 없다고 주장한다. 있는 것을 조금 바꾸거나 이런 저런 것들을 섞거나, 아니면 다른 것에 적용할 법한 것을 적용시키는 등 어쩌면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는 저자의 말마따나 신의 영역에 속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책은 어떻게 모방에서 창조가 나왔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사례들 중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우개 달린 연필이나 철조망, 빨대 등도 포함되어 있고, 물품에서부터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또 역사속의 인물과 만화영화 케릭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

  또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지역에 도서관을 짓는 '룸 투 리드', 가난한 사람들에게 값싸고 양질의 인공수정체와 보청기를 제공하는 '오로랩', 가난한 사람들의 재활을 돕는 '그라민은행', 가난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차려진 중고품가게 '굿윌 인더스트리'와 같은 아름다운 창조의 다양한 사례도 소개한다.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요즘 시대는 개인화, 사회화, 녹색화의 추세가 흐름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내가 왕인데 누구의 지배를 받겠느냐는 개인화, 그래도 혼자는 외로우니 함께 가자는 사회화, 그리고 급속한 지구온난화에 적응하기 위한 녹색화가 바로 그 주인공. 특히 녹색화의 경우는 대체 에너지와 신재생 에너지 개발과 안티 에이지를 지향하는 바이오 혁명, 이렇게 두 축으로 전개되는데 이미 기업들이 신속하게 관련산업쪽으로 갈아타는 중이라고 말한다.

  또 지속가능한 창조의 선순환 구조를 다섯 단계로 설명한다. 기반조성, 구조조정, 차별화, 핵심역량 강화, 새로운 인접영역으로의 확산의 순으로 이루어지는 단계다.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바로 구조조정이며 이를 통해 차별화와 핵심역량의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웃게 하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적자생존'이라는 말이다. '적는 자가 생존한다.'라고 해석했는데, 자신의 목표 즉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여 성공한 세 사람의 사례에 등장하는 말이다. 영화 <쉬리>의 히로인 김윤진씨와 <마스크>의 짐 캐리, 그리고 <터미네이터>의 아놀드 슈워츠제네거의 사례다.

  김윤진은 1999년 자신이 적은 쪽지에 '3년, 정상, 돈'이라 적었다. 그 후 3년 만이던 2002년 영화 <밀애>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후 할리우드로 가서 무명의 아시아 배우로 다시 시작했고, 숱한 시련 끝에 결국 그녀가 출연한 <LOST>가 210개 국가에서 상영되면서 월드 스타로 떠올랐다. 짐 캐리와 아놀드 슈워츠제네거의 사례도 이와 비슷하다.

 책을 읽고 나니 나 역시 그동안 창조에 대해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와 같이 모방이 축적되고 다른 것과 연결시키는 쉬운 방법을 두고 엉뚱한 곳에서 집착했다는 느낌이다. 뭐 그래도 창조는 아직 나에게는 말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발상의 전환과 세밀한 관찰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 책이다. 그리고 독자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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