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 프레임 - 몸으로 생각하라
로렌스 D. 로젠블룸 지음, 김은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인간에게 박쥐와 같이 소리로 공간과 형체를 지각하고, 토끼와 같이 소리로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면 어떨까? 또 개와 같이 냄새나는 방향을 알아내고, 쥐와 같이 그 냄새를 바탕으로 가족과 생식력, 그리고 가임 여부를 알아차린다면 우리의 생활은 어떻게 변할까? 그런데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해답은 놀랍게도 '그렇다'이다. 최근 활동 중인 뇌를 촬영하는 기술이 발달하여 지각에 대한 여러 가지 결정적인 발견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미처 의식하지 못한 지각이 과학적으로 밝혀졌기에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오감 프레임』은 프롤로그에서 밝히듯이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는 아주 특별한 지각 능력이 있음과 이 능력을 이끌어 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조금 특별한 감각심리학 책이다. 최근까지 과학적으로 밝혀진 중요한 발견들을 다룬다.
 
  우리는 일상에서 시각장애를 가진 장애우의 청각이 정상인보다 훨씬 발달되어 있는 경우를 흔하게 본다. 이는 신경가소성 또는 감각보상이라고 하는데, 특정 감각에 장애가 나면 이와 관련된 뇌의 영역이 다른 감각과 관련된 영역과 통합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각 장애로 인해 시각과 관련된 뇌의 영역이 청각을 관장하는 뇌의 영역과 통합된다는 것이다.
 
  책에는 시각장애인이 산악자전거를 타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반향정위라는 방법을 통해서인데 소리를 이용해서 주변의 사물의 형체나 거리 등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이는 복도를 책이나 서류를 읽으면서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고 지나가본 경험을 기억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초음파를 이용하여 장애물을 비켜가는 박쥐와 같은 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신기한 정도가 아니라 놀라운 일이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으로 이루어진 오감은 우리가 느끼기에는 제각각 전혀 다른 감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표적인 것은 미각으로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모든 감각을 다 동원하는 다중감각 영역이라는 것. 주스를 본래의 색깔과 다르게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다른 맛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음식이라도 바삭함의 소리에 따라 음식의 싱싱도를 다르게 느낀다. 후각은 더욱 그렇다. 만약 코를 막고 음식을 먹으면 맛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후각을 사업에 활용한 부분에 많은 공감이 갔다. 라스베이거스의 미라지 호텔 카지노와 로비에 이국적인 선탠냄새가 나는 방향제를 분사하여 고객에게 영향을 미쳐 이 호텔을 네바다 최고의 관광명소로 만들었던 것. 사실 특정한 곳에 들어갔을 때 향기에 따라 편안한 느낌을 받기도 하고 밋밋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결국 향기란 '보이지 않는 힘'이라는 옛 사람의 지혜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가끔 우리는 직감이 뛰어나다거나 특별한 감각을 가진 사람, 또는 특별한 능력을 보유한 사람들을 본다. 이 책을 읽고나면 그런 사람들이 그다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누구나 훈련을 통해 특정 감각을 놀라울 정도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놀라운 능력을 확인하고 싶다면, 그리고 그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한다면 이 책을 통해 자신 안에 잠재되어 있는 놀라운 능력을 확인하고, 깨우고 발달시키기 바란다. 그냥 약간의 호기심과 관심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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