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꿈을 이루는 방법에 대한 책일 것이다. 꿈은 거대한 포부가 될 수도 있고, 소박한 것이 될 수도 있다. 다만 꿈을 이루기 위해서 거치는 과정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꿈을 강렬하게 머리에 각인하는 방법을 권하기도 하고, 보물지도나 동영상으로 제작해서 매일 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꿈을 꾸기만 하면 다 이루어진다면 세상에 못 이룰 꿈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고려해야 하고 어떤 자원을 활용할 것인지, 또 실현가능한 것인지를 묻는 <꿈이 나에게 묻는 열 가지 질문>과 같은 책도 최근에 나왔다. 이처럼 꿈을 이루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버킷리스트』라는 이 책은 소설 형식을 빌려 버킷리스트 작성요령에서 부터 이를 실천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지를 명쾌하게 알려준다. 다른 책들과 조금 다른 점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데 있다. 꼭 이루고 싶은 원대한 포부도 좋지만 여러 단계별로 쪼개는 것이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 1년 안에 하고 싶은 일,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이렇게 세분하게 되면 가장 중요한 실천이 담보된다는 것이다. 책에는 1985년 코넬대학 철학과 2학년 학생들을 통해 작성한 버킷리스트를 15년이 지난 후에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밝히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미국 전직 대통령 빌 클린턴의 지극히 평범한 버킷리스트를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설문조사한 버킷리스트를 나열한다. 대부분이 평범하고 소박한 바램 이지만 어떤 것은 짓 굿은 장난이기도 하다. 책은 호텔 주방에서 요리 보조사로 일하는 전태양이라는 청년과 호텔 지배인격인 데이비드라는 노신사를 통해 소설 형식으로 버킷리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풀기 시작한다. 사실 책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책 뒷면에 있는 ‘버킷리스트 맨토링’에 잘 정리되어 요약되어 있지만 소설 읽듯이 음미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보면 ‘미젼 플라세’라는 용어가 나온다. '모든 것이 미리 준비된 채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달리 이야기 하자면 언제든지 스탠바이 된 상태쯤 되겠다. 그런데 이 용어가 사실 이 책에서는 조금 다르게 쓰인다.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준비 사항을 완벽하게 챙기려고 하다보면 일을 시작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 즉 어떤 일을 해보지도 못하고 후회하는 결과를 낳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책에는 이와 유사한 것으로 72:1 법칙을 말한다. 뭔가를 하려고 결심했으면 72 시간 내 시작하지 않으면 1%도 성사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핑계거리가 생기고 자기합리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란다. 책에는 감동적인 내용도 담고 있다.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강의>로 많은 이에게 희망을 주고 떠난 랜디 포사, 그리고 MBC에서 방영되었던 루게릭병에 걸려 온 종일 누워 지내야 하는 환자의 이야기. 그 환자는 몸이 나으면 뒷동산에 오르고 싶다는 것이 자신의 소원이었다. 이렇게 버킷리스트는 사소한 꿈일지라도 소중한 것이라는 교훈을 우리에게 준다. 연초에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게끔 해주는 책을 읽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 책 곳곳에 적혀있는 다른 사람들의 버킷리스트. 초등학생에서 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과 직종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버킷리스트를 공유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생각해 보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