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퍼런트 - 넘버원을 넘어 온리원으로
문영미 지음, 박세연 옮김 / 살림Biz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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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니스 세계에는 기업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절대 불변의 원칙이 있다. 가령,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거나 '자사 뿐만 아니라 경쟁사의 경쟁력을 파악해야 한다."거나, "소비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들이 바로 그것인데, 이런 것들이 쓸모없는 것이라고 비판을 하면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아마도 정신 나간 사람쯤으로 치부할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절대적으로 믿는 그런 것들이 미신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지면 상황은 반전된다. 사실 여러 기업들이 앞 다투어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생산되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점점 비슷해진다. 경쟁하면 할수록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을 명쾌하게 밝혀주는 책이 나왔다. 살림비즈에서 나온 『디퍼런트』라는 책으로, 재미교포 2세이자 2007년에 하버드 경영대학원 역사상 첫 한국인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계 여성으로서도 최초로 종신교수로 임명된 문영미 석좌교수가 쓴 책이다.

  책에는 시장조사를 통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조사하면 할수록 업계평균에서 뒤처진 부분에만 관심을 가지게 되고, 자사의 상품이 다른 경쟁사에 비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무관심해진다는 논리를 몇 가지 사례를 통해 밝힌다. 그래서 같은 카테고리에 들어 있는 기업들은 생산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비슷비슷해져 평준화된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소비자의 유형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소비자를 개척자, 얼리 어답터, 선두 그룹, 후위 그룹, 꼴찌 그룹으로 구분하였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소비자를 카테고리 전문가, 기회주의자, 실용주의자, 냉소주의자, 브랜드 로열리스트로 분류한다. 이중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강한 부류가 '브랜드 로열리스트'인데 책에서는 이 부류를 적극적으로 잡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책에서는 역발상의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한다. 창조적 파괴를 통한 역발상으로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다. 책에서는 이를 세 가지 종류로 요약했다. 먼저 구글이나 이케아와 같은 역 브랜드들의 사례다. 부수적인 가치들의 제거를 통해 창조적인 방식으로 조합하여 차별화에 성공한 사례다. 다음은 소니와 킴벌리의 브랜드의 일탈을 통한 차별화에 성공한 사례다. 소니는 아이보를 일반 로봇이 아닌 애완견 카테고리로 분류했고, 킴벌리는 풀업이라는 팬티기저기를 팬티라는 카테고리로 판매해서 기저귀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을 무려 세배나 늘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적대 브랜드를 통한 차별화에 성공한 사례다. 소비자를 아군과 적으로 양분하는 파격적인 전략이다. 이 전략으로 성공한 사례는 베이딩 에이프와 홀리스트를 들고 있다. 둘 다 의류회사인데 반드시 매장에서만 판매하고 매장도 접근성을 일부러 어렵게 해 놓고 와서 사갈테면 사가라는 배짱 장사다. 그래도 먹힌다는 것이 놀랍다.

  책에는 애플과 같이 세 가지 유형이 모두 나타나는 기업도 다룬다. 애플은 세 가지 유형이 다 적용되는 회사로 분류한다. 애플 매킨토시는 일반 PC와는 다르다. 확장성도 약하고 폐쇄성이 강하다. 이것은 역 브랜드인 셈이다. 그리고 아이폰과 같이 기존 카테고리의 경계를 넘나드는 제품을 출시했다. 이는 일탈 브랜드의 면모를 갖춘 것이 된다. 그리고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보안을 유지하는 것이나 소비자 불만이나 요구사항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도 않는다. 이는 적대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혼다와 야마하 등 일본 오토바이들의 미국 진출로 퇴출 위기까지 겪었던 할리 데이비슨의 유행에 거슬러 유행 만들기와 인공적인 아름다움의 허구성을 폭로함과 동시에 일반 여성들의 아름다움에 주목한 도브의 리얼뷰티 캠페인을 꼽는다.

  결국 해답은 책 표지의 말처럼 '넘버원을 넘어 온리원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 말미에 미래에 아이디어 브랜드를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희귀성의 가치, 거대한 아이디어의 실현, 그리고 인간적인 숨결이 바로 그것이다.

  경영이나 마케팅에 관련된 서적은 별로 읽어본 적도 없고 배워보지도 못했기에 처음에는 다소 지루하리라 예상했었는데 책을 펼치자마자 줄줄 읽힌다. 어쩌면 전문서적이지만 어렵게 쓰여진 것도 아니고, 풍부한 사례를 제시하기에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도브의 리얼뷰티 캠페인에 나오는 '에볼루션'이라는 제목의 112초짜리 동영상이다. 지극히 평범한 모델을 아름다운 모델로 변신하는 과정을 빠른 화면으로 보여주어 광고 모델의 '눈부신 아름다움'이 모두 기술적인 산물임을 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투브에서 시청이 가능하다고 하니 꼭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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