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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3반
오토다케 히로타다 지음, 전경빈 옮김 / 창해 / 2010년 12월
평점 :
『괜찮아 3반』은 <오체 불만족>을 쓴 것으로 유명한 오토다케 히로타다가 쓴 최초의 장편소설이다. 팔 다리가 없이 태어나 전동 휠체어에 자신을 맡겼지만 장애가 아닌 다름으로 정상인보다 더 열심히 살았던 작가.
마쓰 우라니시 초등학교에 교사가 된 주인공 아카오 신노스케. 그는 작가와 같은 신체를 가졌다. 그런데 그가 초등학교 교사가 된 사연은 이렇다. 시라이시 유사쿠라는 친구가 시 교육청에서 일했고, 마침 시장의 '독자적인 교사 채용' 프로젝트에 어려서 같이 자랐던 친구 아카오를 소개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대신 시라이시는 아카오의 보조교사로 지명된다.
오토다케가 초등학교 교사를 경험한 것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소설의 이야기는 사람 사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특히 초등학생들이 성장하는 이야기가 중심이다. 대신 담임선생인 아카오의 역할은 성장통을 겪는 아이들에게 일정한 자극과 현명한 판단을 하도록 이끈다. 어쩌면 일종의 배려다. 그 배려가 아이들에게 받아들여져 성장하면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한다.
소설이 주는 몇 가지 에피소드가 그동안 메말랐던 내 가슴을 적셔주었고, 정말 오랜만에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까지 느꼈다. 특히 내가 아닌 우리라는, 그리고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친 아카오 선생에게 감명을 받기도 했다.
요즘 초등학생까지 경쟁으로 내모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 그것이 정답은 아닐 텐데 정답이라고 착각하고 아이들을 경쟁으로 내모는 이들에게 이 책을 강제로라도 읽게하고싶다.
나는 일본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나와 동연배인 사람들은 대부분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부럽다. 장애인의 천국이라는 내 나름대로의 판단 때문이다. 다름을 이야기하는 것은 많지만 신체가 다름을 배려하는 나라라는 사실에 호감이 간다. 어쩌면 내가 지체장애인이고 작은 아들이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장애우를 배려하는 것이 체득이 된 나라가 부럽다.
사실 30년이 지났는데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는 경험은 흥분 그 자체였다. 비록 지금 내 아들 둘은 지금 대학생, 고등학생이 되었지만 아마 이 소설이 일찍 나왔다면 아빠로서 더 잘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몇 곳 감명 깊게 읽었던 부분이 있어 인용한다.
"결과적으로 1등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아. 하지만 1등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중요한 거 아닌가? 그 노력이 자신의 능력을 키워 줄 테고, 반대로 아무리 노력해도 바라는 걸 얻지 못하는 경험 속에서 좌절도 느껴 볼 수 있는 거고" -p108(곤노 다카시, 체육선생, 5학년2반 담임의 말)
그리고 이것은 마지막을 장식하는 재미있는 퍼즐이다. 아니 퍼즐이 아니고 1년 동안 5학년 3반 담임을 하면서도 아이들의 장단점을 파악하지 못한 아카오가 곤노 선생에게서 들은 조언으로 만들어냈던 아이디어다. 물론 반 애들에게 모두 쓰게 했다.
나는 ( ① )만 ( ② )다.
①에는 자신의 단점을 적고, ②에는 자신의 장점을 적는 것이다. 책의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나는 (공부는 싫어하지)만 (축구는 아주 좋아한)다." - p293
적지않은 분량이지만 책을 들자마자 바로 책 속으로 빠져들만큼 훌륭한 소설이다. 작가 역시 초등학교 교사 경험이 있었기에 아이들의 생각을 읽는 것이나, 선배 교사로부터 조언을 받는 부분을 맛나게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