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집권플랜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조국.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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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지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우려했던 일들이 많이 일어났지만 올해처럼 불안한 해는 없었다. 천안함으로 소중한 젊은 목숨들이 죽어갔고, 연평도 포격과 전쟁 직전까지 가게된 것을 보면서 선거는 나 혼자만 잘해서는 소용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그래 맞다. 나 혼자 아무리 올바른 선택을 해도 안 되고, 다른 사람 역시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다독거리고 설득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그런데 정권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특히나 지금처럼 맥이 없는 진보진영을 바라보고 있자면 답답하다. 그런데 그런 답답함을 해소해 주는 책이 있다.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기자가 묻고 조국 서울대 법학과 교수가 답하는 형식으로 출간된 『진보 집권 플랜』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시절에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떻게 정권을 수구·보수에게 내 줬는지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앞으로 집권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짚어주는 책이다.

  정치의 민주화와 민주적 정부가 들어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386세대. 역설적이지만 현 정권을 만들어낸 것도 386세대다. 그래서 386세대로써의 책임감을 가지고 자라나는 2세들에게 올바른 사회를 물려주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진보·개혁 세력이 집권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고 방기하는 것은 바로 직무유기라는 것이다.

  책은 '진보가 밥 먹여 주냐?'라는 물음에 대해 '그렇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제시한다. 그동안 진보진영에서 제시했던 많은 공약들의 가치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빛을 보지 못한 안타까움이 여기저기에 묻어 나온다. 무상급식, 무상의료, 반값 등록금, 반값 아파트, 아파트 원가공개 등 반드시 실현되었어야 했던 공약들을 '빨갱이 정책', '좌파 포퓰리즘'이라는 논쟁에 휩쓸리기 싫어 포기해 버린 것이다. 물론 이중 무상급식의 경우는 지난 6. 2 지방선거로 전국적인 이슈로 만들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주역이 되었지만 말이다. 더군다나 대통령 탄핵국면을 지나면서 국회까지 과반을 몰아줘 판을 갈 기회를 줬는데도 갈지 못했음을 안타까워한다.

  조국 교수의 거침없는 답변을 읽다보면 그가 이 사회를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대안을 연구했는지 생각의 깊이가 여지없이 드러난다. 자칭 진보주의자라고 생각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비록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지만 나 역시 조국 교수와 같은 82학번으로 386세대다. 하지만 난 학생운동을 한 적이 없이 대학을 그만뒀기에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내세울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대신 늦은 나이에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했고, 활동을 하다 보니 이 잘못된 세상을 내 아이들에게는 물려줘서는 안 된다는 결심이 선 것이다. 나는 그렇게 자칭 진보주의자였던 것이다.

  조국 교수는 다가올 2012년이나 2017년 진보·개혁 진영의 집권을 위해 지금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정치판을 새로 짜고 지금부터 인물을 키워 나가자는 것이다. 그리고 꼭 진보·개혁세력이 아니라도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진보의 고속도로를 내는 데 손을 내밀며 같이 해 줄 것을 호소한다.

  2012년 선거는 두 번 이다. 제19대 총선과 제18대 대선. 4월 11일에 국회의원 총선이 먼저 실시되고, 연말인 12월 19일에는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올해의 화두는 내가 보기에는 '정의란 무엇인가'였다. 2012년은 두 번의 선거를 통해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무리 대담에서 2권, 3권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예고하는 부분이 나온다.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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