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 세계문학의 숲 1
알프레트 되블린 지음, 안인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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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읽기가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글들이 어지럽게 늘려있더니, 이야기 전개도 처음에는 주인공이 중심이 되다가 조금만 지나면 난해하게 여럿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이 중심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분량이나 적나. 한 권도 아닌 두 권이다. 아마도 시공사가 창사 20주년을 기념하여 야심 차게 세계문학의 숲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첫 대상으로 내놓은 작품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포기하고 말았을 것 같다.

 

  영화를 보는 도중에 특정 장면에서 정지시키고 그 장면을 글로 표현하라고 하면 어떨까? 그리고 이와는 달리 각 장면 장면을 연속적으로 배치하여 영화 한 편을 글로 옮기라면 가능할까? 아마도 미쳤다고 할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소설을 쓴 작가가 있었다. 그렇게 옮겼을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는 물론 그 시대의 사건과 배경까지 그대로 옮겨 놓은 소설이 있었다. 그가 바로 독일의 소설가 ‘알프레트 되블린’이고 그 소설이 바로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이다.

 

  책의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사랑하는 여인을 때려 죽게 한 혐의로 테겔 감옥에서 징역을 산지 4년 만에 베를린으로 돌아온 프란츠 비버코프라는 노동자의 이야기다. 그는 베를린으로 돌아와 신문팔이와 행상 등으로 올바르게 살기를 결심하지만 사회는 그에게 그런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때 사귄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열차에서 떨어져 한쪽 팔을 잃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창녀 미체를 만나게 되지만 ......

 

  이 소설이 2002년 노벨연구소 선정 “54개국 작가가 뽑은 최고의 세계문학 100선”에 포함되었고, 표현주의 시대의 서사시 율리시즈와 비견되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는 찬사에도 불구하고 힘들게 읽었다는 이유를 책의 말미에 역자의 글을 읽고서 이해하게 되었다.

 

  해설에 따르면 이 소설에는 다른 작가와 다른 여러 가지 요소가 가미되었다고 한다. 의식의 흐름과 내면의 독백이 그냥 대화하듯 표현되었고, 특정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 화면 가득히 차지하는 장면을 하나씩 오려 내여 붙여나가는 ‘몽타쥬 기법’, 그리고 성경이나 당시 유행가 가사, 광고, 기사, 우편물, 군가, 각종 서적에 이르기 까지 무차별한 차용은 공감각적인 글을 만들어냈고,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카메라 초점의 이동과 특정 화면을 확대하는 기법 등. 소설 속에 이런 특수효과를 가미했기에 읽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당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게다가 1927년 가을에서부터 1929년 봄까지의 독일의 사회상과 베를린 사회의 각종 사건들이 모두 언급되었단다. 그래서 역사에 대한 개념 없던 내게 안 어려우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느 소설이나 읽을 때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이 소설만큼은 많이 색다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처음부터 역자의 글을 먼저 읽고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아마 다시 읽게 되면 소설 속의 장면 장면들을 영화처럼 떠올릴 수 있을까?

 

  조금 색다르다고 느낀 부분은 각 권마다 표지에 꼭 영화의 예고편을 살짝 보여주는 듯한 글이 있는 것이다. 책을 다 읽고난 뒤에 보면 ‘그래서 뭐?’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 읽기 전에 보는 글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고 상상하게 만든다. 원작에도 그대로 있을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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