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소년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90년대 서울 강남 압구정동을 배경으로 청소년기를 보낸 일곱 명의 등장인물들. 소설은 18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후 그들 중 유명한 여배우였던 친구 연희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작된다.

  소설 속의 주인공인 우주는 어떤 기사든 알맞은 분량으로 쓰기 때문에 ‘정량적 에디터’라는 별명을 가진 남성 잡지의 평범한 기자다. 그런 그가 자살에 대해 의혹을 품게 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자살한 연희는 고소공포증이 심했는데 한강에 뛰어 내려 자살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고, 그녀가 첫사랑이었지만 그녀의 남편인 대웅(이미 미국에 세계적인 에이전시 회사를 차렸고 아이돌 그룹을 여럿 진출시켜 크게 성공했다)이 학창시절부터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었기에 더 그랬다. 그래서 주인공은 대웅을 의심하면서 의혹을 풀기위해 18년 전 같이 보낸 청소년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과거에서부터 사건의 실마리를 찾고자 회상하기 시작한다.

  18년 전 고등학생이었던 대웅, 우주, 윤우, 원석 네 명의 소년들은 <압구정 소년들>이라는 밴드를 결성한다. 그리고 이들과 같이 어울렸던 반포의 삼총사 연희, 미진, 소원 세 명의 소녀들. 일곱 명의 청소년은 그렇게 모나지 않게 자라면서 우정을 나누고 때로는 사랑을 속삭이며 자랐다.

  결국 주인공이 찾아내는 단서로 인해 사건은 점점 스케일이 커져 버리고, 기막힌(?) 반전이 이어지는데......

  그리고사건과 상관없이 연예계에 아이돌 그룹이 생기고 커나가는 과정, 그리고 지는 사이클을 담담히 그린다. 스캔들을 묘사하는 부분도 사실처럼 느껴진다. 작가가 나중에 사실이 아님을 밝히고 있지만 말이다. 얼핏 현재 활동하는 특정 아이돌 그룹을 연상할 수밖에 없는 등장인물들 때문이다. 너무 빤해 보이지만 그러나 지겹지 않았다. PD 출신의 작가이기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쪽의 풍경을 서술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문득 생각 나는 영화가 있었다. <백야행>이었다. ‘백조의 호수’가 배경음악으로 잔잔히 울려 퍼지면서 펼쳐지는 영화는 오래 전 옛날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면서 과거가 현재와 미래를 잇는 중요한 고리라는 것. 솔직히 소설을 읽지 않았지만 영화로 표현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락이라는 음악 장르에 대한 설명이 너무 많았다. 나도 한때는 좋아했던 장르지만 여기에 나오는 전문적인 해설에 솔직히 공감하기가 너무 힘들었기에 더욱 그렇다. 대신 재미있게 여겨지는 부분도 있었다. 12개의 트랙(track)으로 소설을 짜 맞춘 부분이다. 누군가 말했다. 작가가 선곡한 12개의 트랙에 따라 해당 음악을 들으면서 이 소설을 읽으면 색다를 것이라고. 그럴지도 모르겠다.

  단숨에 읽게 만드는 매력 있는 책이다. 본격적인 스릴러 장르의 소설이 아님을 담담히 밝혔지만 차기 작품에서는 좀 더 치밀한 스토리 구성으로 재미있는 스릴러 장르를 기대해 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