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백두산 등척기 - 정민 교수가 풀어 읽은
안재홍 지음, 정민 풀어씀 / 해냄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우리 민족의 성산 백두산. 백두를 오른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으나 올랐던 기록을 남긴 것은 불과 몇안된다. 그것도 일제 식민지시대 이후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사실 백두산 기행에 대해 남긴 글은 1927년 간행된 육당 최남선의 <백두산 근참기>와 민세 안재홍의 <백두산 등척기>를 제외하면 우리 민족이 아닌 사람들이 쓴 글이 대부분이다.
<백두산 등척기>는 1930년 7월 23일 밤 11시에 경성역에서 기차로 출발하여 원산을 거쳐 백두산에 오르고, 압록강의 뗏목을 통해 혜산, 풍산을 거쳐 북청까지 무려 16일에 걸쳐 여행한 것을 기록한 책이다. 당시 발표된 글이지만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읽기가 난해하다. 국한문혼용체라고는 하나 대부분의 글이 한문이다. 그래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많이 낯설다. 그런데 1930년대가 아닌 2010년대에 맞춰서 발간한 책이 있다. 한양대학교에서 한국의 고전을 연구하시는 정민 교수님이 쓴 『정민 교수가 풀어 읽은 백두산 등척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에는 각 지역을 지나면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의 묘사에서 민세 선생의 학문의 깊이를 느낄 수 있으며, 주변의 식물 생태계, 각종 암석에 이르기 까지 선생의 해박한 지식이 돋보인다. 특히 백두산정계비에 얽힌 조․중의 국경 문제와 간도를 둘러싼 분쟁에 대한 해설에서는 선생의 해박한 지식만큼이나 식민지 나라의 설움과 안타까움이 배여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선생은 등참기에서 다음 세 곳을 백두산의 3대 절경이라고 밝힌다. 백두산 상상봉과 천지(상상봉에서 내려다 본 천지), 무틀봉(무두봉) 위로 펼쳐진 넓은 전망, 삼지연의 맑고 고운 호수와 산의 아름다운 조화.
조금 이상하다고 느낀 부분도 있었다. 일본군인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책에서 1930년 그 당시 일본 주둔군과 기행단을 합쳐 수백명의 군민이 참가한 대규모 기행이었으며, 이 기행에 선생이 같이한 것임을 알고는 이해가 갔다. 그렇지만 장군봉을 병사봉으로 폄하한 일본의 소행을 생각하면서 조금 언짢은 기분도 들었다. 그 당시 기행에 참가한 선생은 얼마나 분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었다. 먼저 내용이 아직도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다. 현대의 언어로 풀어썼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어렵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책 중간중간에 배치된 사진이 책 읽기에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선생 일행이 이동하는 경로를 표기한 지도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통일이 되어 백두산을 마음대로 오 갈수 있을 때가 온다면 선생이 걸어간 경로를 따라 백두산을 오르고, 나 또한 선생처럼 그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런데 과연 그날이 올까 생각하니 괜한 욕심을 부렸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