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학창시절 잊지못할 수업이 있기 마련이다. 그 수업이 현재의 자신이 있기 위한 특별한 날이었다면 특히 더 그렇다. 살아가면서 가끔 그런 기억을 떠올리지만 이 세상을 같이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만큼 그 내용이나 형식도 다양하다. 시인과 소설가들이 자신의 기억속에서 다양한 수업 이야기가 이채롭다. 자신의 치부를 과감히 들어낸 것이 있는가 하면, 잔잔한 감동이 밀려드는 경우도 있다. 특히 나도 모르게 빵 웃게 만드는 부분도 있다. 자신이 받은 수업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도종환 시인의 경우처럼 가르치는 교사로 참여한 수업의 이야기도 나온다. 온라인 수업이 있는가 하면 독자의 편지에서 인생 수업을 받는 경우도 있다. 책 속에 같이 배치되어 있는 흑백사진은 학창시절의 나를 회상하기에 충분하다. 아쉬움이 남는다면 문인들의 이야기만 소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문인 외에도 다양한 직업군의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실었다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뭐 이 책을 펴낸 의도가 문인으로 국한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특히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서진연 작가의 '겨자나 와사비나'였다. 이는 작가가 되기위해 이순원 작가의 온라인 강의수업을 받는 도중 일어난 재미있는 이야기다. 일명 귓속말 사고라는 건데, 온라인 수업이 채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특정인끼리 귓속말 주고 받다가 저도 모르게 공개로 떠버리는 사고를 말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사고는 채팅창과 고스톱창을 동시에 띄워 놓았다가 <에이씨, 쌋다!>라는 말이 전체 채팅창에 뜬 순간 빵하고 터지고 말았다. 또 과학책 겉장 꼭대기 오른쪽에 '문교부장관 검정필' 이라는 문구를 보고 문교부 장관 이름을 검정필이라고 한 이순원 작가의 '콘사이스여 안녕' 이야기도 어쩌면 내 어렸을 적에 일어났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사실적이었다. 책에 나오는 문인은 모두 18인으로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문인이라는데, 뒷 부분에 작가 약력을 보니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고 보니 최근 읽은 책중 문학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앞으로는 문학서의 비중을 높여야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살다보면 힘든 일도 생길 수가 있고 학창시절이나 과거를 추억하면서 기분을 전환하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꼭 힘든 시기가 아니라도 괜찮다. 학창시절로 되돌아가 잠시나마 향수에 젖어 빙긋 웃고있는 당신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빙긋이 웃을 수 있는 기억을 가진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체험이다. 경험 해 보지 못했다면 이 책을 통해 간접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