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평전 - 신판
조영래 지음 / 아름다운전태일(전태일기념사업회)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책상 앞에는 항상 나를 쳐다보는 사람이 있다. 조그마한 액자 속의 사람, 이름도 없고 다만 사진 밑에 작은 글씨로 ‘전태일을 따라서 인간 해방으로’라는 글씨가 있다. 맞다. 액자 속에 있는 것은 전태일 열사의 사진이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열사의 평전을 처음 읽는 것도 아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아니 예전에 읽었을 때와는 많이 달랐다 해야 옳을 것 같다. 책 뒤표지에 있는 글이 내 심정을 대변해 주는 것 같다.

 

  우리는 전태일을 옳게 읽고 있는가?

 

  노동운동이 죽었던 이 땅에 새롭게 나타나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라고 외치며 자신의 몸을 불살랐던 사람. 전태일. 그가 바라던 세상은 사람이 사람으로 사람답게 존중받는 사회였다. 1970년 11월 13일에 벌어졌던 사건이었다.

 

  흔히들 매년 11월 11일을 빼빼로 데이라고 말한다. 이는 제과회사에서 특정과자를 판매하기 위해 만든 가공의 날이다. 그런데 사실 이 날이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창립일인 것을 아는 이는 별로 많지 않다. 심지어는 이 땅에서 노동자로 살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빼빼로 데이는 알지만 민주노총 창립일은 모른다. 왜 그럴까? 이는 이 땅의 수많은 노동자가 40년 전 전태일 열사가 자신의 몸을 던지며 외쳤던 것을 잊어버리고, 노예의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살아온 결과이지 않을까.

 

  근로기준법이 있었지만 그에 대해 몰랐던 바보들, 그리고 법대로 만들어 보고 싶어 했던 바보들, 노동운동을 하면 신세 조지는데 그것도 모르고 설치는 바보들. 그랬다. 그들 모두 바보들이었다. 하지만 정작 바보는 우리들이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 생각하는 바보들, 노예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바보들, 바꿀 수 있는 세상을 시도 한번도 해보지도 않고 바꿀 수 없다고 자책하는 바보들이었다. 그래서 열사는 예수가 인류의 원죄를 지고 십자가에 못 박혔듯이, 그는 자신의 몸을 불살라 가혹한 환경에 놓여 있었던 이 땅의 모든 노동자의 작업환경을 개선코자 했던 것이다.

 

  열사가 산화한 지 40년이 지난 오늘, 과연 근로기준법은 지켜지고 있는가? 그 많은 세월동안 자본가는 엄청나게 비대해졌지만 여전히 근로기준법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노골적으로 법을 어기면서 수많은 노동자를 바보로 만들어 가고 있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수많은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 그 긴 세월동안 정권과 자본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손배가압류, 직장폐쇄, 심지어는 불법해고에 이르기까지 오히려 더 악랄해졌다. 아직도 휴게실조차 없어 화장실 한쪽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청소용역 노동자가 있는가 하면, 최소한의 생명보호를 위한 조치도 없이 죽음의 작업장으로 내 몰리는 노동자들. 40년 전의 사회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열사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노동자도 인간이며 인간답게 존중받으며 살아가는 완전 용해된 사회를 우리들에게 완성해 주기를 바란 것이다. 그래서 해마다 11월이 되면 열사가 우리에게 남긴 그 뜻을 절대 잊지않기 위해, 그리고 그 뜻을 완수하기 위해 노동자대회를 여는 것이다.

 

  그동안 열사의 고귀한 사상을 망각하고 살아왔다는 자책이 나를 괴롭힌다. 노동운동에 관심을 가진지 10년이 되어가지만 나약한 정신으로 목숨을 건 투쟁 한 번 제대로 못해 본 내게, 열사의 꾸짖음이 귀에 들리는 듯 하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더 치열하게 투쟁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열사가 남긴 것을 이루기 위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