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장미 - 권리를 위한 지독한 싸움
오도엽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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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성모병원, 명지대학교, 동우화인캠, 자티전자, 경남제약, 한국주택금융공사, 레이크사이드CC, 한솔교육, 자티전자, 기륭전자 등 참으로 많은 회사들의 이름이 나온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은 장투(장기투쟁) 사업장이다. 이들 사업장 중 내가 가본 곳도 더러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덜 부끄러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글썽이며 세상이 불공평한데 대해 원망을 해 보기는 처음인것 같다. 입에서 연방 터져나오는 욕 때문에 옆에 있는 가족이나 동료들이 힐끔힐끔 쳐다 본다. 그래도 어쩌랴, 기분같아서는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은 마음뿐인걸. 그러면서 책 속에 등장하는 이웃들의 어려움이 마치 내가 당하는 것 같은 심정이 들었다.

 

  지금이 20세기도 아닌데 아직도 사람이 사람답게 대우받지 못하는 사업장이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은 이 책을 읽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 노동조합이 뭔지도 몰랐고 최저임금이 뭔지도 몰랐던 순진한 노동자들. 이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계속 일을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거였다. 단지 노동조합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해고 되어 거리로 쫒겨났다. 그리고는 끈질긴 복직투쟁이 시작된다.

 

  책에는 22곳의 투쟁 사업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열되어 있다. 그중에는 아름답게 타결이 된 곳도 있고, 처참하게 져서 결국 일자리를 잃게 된 경우도 있다.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이렇게 처참하게 싸우는 사실에 관심을 가져 주는 것 만으로도 이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아니 이들이 이렇게 싸우고 있는 이유라도 알아주는 것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민중의 도리가 아닐까 싶다.

 

  『밥과 장미』는 2006년 5월부터 2009년 6월까지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이들을 인터뷰하면서 만들어 진 책이다. 저자는 책의 내용이 편파적이고, 감정이 그대로 살아 있는 삐라와 같은 것이라고 당당히 밝힌다. 있는 자들은 변호할 필요도 없다면서 말이다. 왜냐면 있는 자들은 얼마든지 법과 언론을 통해 저들이 숨기고 싶은 사실을 숨겨올 수 있고 자신들의 방패막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의 이야기가 한편으로는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서글픈 외침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어쩌면 다시 빛을 발하는 희망을 이야기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책의 저자 이야기에 따르면 밥은 원래 법이었다. 결국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법에 의해 무참히 깨지고 짓밟히는 처참한 광경들이 이 책 여기 저기에서 나온다. 법을 어겨도 처벌받는 것이 다른 노동자와 사용자. 아니 처벌받는 사람은 노동자뿐이다. 사용자는 지켜도 그만 안지켜도 그만. 그래서 노동조합이 반드시 필요하다. 노동조합 마저도 없다면 누가 이들의 아픔을 같이 아파해 가면서 싸워줄 것인가.

 

  지금 프랑스에서는 고등학생들까지 시위에 가세해서 연금법 개악에 반대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로 연일 떠들썩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비정규직 양산법을 비정규직 보호법이라고 떠드는 정부 못지않게 이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국민들이 너무 많다. 도급, 하청, 용역, 파견, 외주 구분조차도 분명치 않는 비정규직의 또다른 이름들. 860만명을 육박하는 비정규직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의 모습이라는 것이 너무도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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