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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나의 민들레가 되어 줘 - 시테솔레이의 기적,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정화영 지음 / 강같은평화 / 2010년 2월
평점 :
올해 초 지진으로 인해 20만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방송을 볼 때만 해도 아이티가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조차 알지 못했다. 그런데 아이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지난 번 독서모임때 한 번 빌렸왔다 읽지 못하고 그냥 반납한 한 권의 책때문이었다. 정화영 작가가 쓴『아이티, 나의 민들레가 되어 줘』라는 책인데, 이번 독서모임때 다시 업어왔다.
아이티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소망을 안고 인천국제공항에서 프로토프랭스로 가는 항공기에 몸을 실은 방송작가 정화영. 책은 지진이 있기 불과 몇 달전에 아이티를 다녀온 이야기였다. 10명의 고아들을 키우면서 아이티에서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는 백삼숙 목사를 찾아, 사랑의 집에서 보낸 한 달간의 생활을 통해 아이티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었다.
'노예의 역사'를 가진 나라. 아이들이 더 살기 힘든 나라. 살인과 폭행, 질병과 가난, 그리고 학교 가지 못하는 굶주린 아이들이 넘쳐 나도록 많은 나라. '히스파니올라'라는 섬을 도미니카 공화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섬 원주민으로 구성된 도미니카 공화국과는 달리 아프리카 노예의 후예가 전체 인구의 95퍼센터를 차지하는 나라 아이티. 독립한 지 200년이 넘었지만 독재와 군부쿠테타 등으로 혼돈과 가난의 역사를 지금은 UN 평화유지군이 치안을 책임지는 나라가 아이티다.
레스타백(Restaveks)이라 불리는 애들이 있단다. 주로 여자아이들로 서너 살에 부자집에 입양되는 애들인데, 말이 입양이지 70년 후반까지 우리나라에도 있었던 식모들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아이들이 공식적으로 3만 명이나 된고, 비공식적으로는 무려 50만 명이나 된다는 보고가 있단다. 아이티에는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났던 책이 있었다. 장 지글러가 쓴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이다. 아이티가 정치가 불안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미국과 같은 강대국의 횡포때문이었다. 그리고 농업국가였던 아이티가 농업을 포기하게 만든 장본인도 미국과 같은 강대국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아이티가 노예들이 세운 국가이기 때문에 국가로 인정하는데 인색했던 나라 역시 미국이다.
그래도 정화영 작가는 희망을 이야기 한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생명력이 강한 민들레를 통해 모든 것에 저항하면서도 함께 생명을 지키며 서로에게 민들레가 되어 주자고 말이다. 지구 상에는 우리가 몰랐던 가난한 나라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여건이 허락한다면 구원의 손길을 보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민들레의 영어단어인 Dandelion이 프랑스어로 '사자의 이빨(dent de lion)'에서 유래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다음에 길가 민들레를 보면 자세히 살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