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구혜영 옮김 / 창해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상깊은 구절 

"범인은 누구일까, 어떤 트릭을 썼을까 하는 식으로 마술을 구사하고 수수께끼도 좋겠지만, 좀더 다른 형태의 의외성을 창조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제목을 『숙명』으로 붙인 것도 그러한 의도에서입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마지막 한 행에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그 부분을 미리 읽지 마십시오"  -p448(저자의 말)


  추리소설처럼 내용을 알고 읽으면 재미없는 장르도 없을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붉은 손가락』처럼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히고 가족들의 정신적인 갈등을 그려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좀 특이한 경우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추리소설 만큼은 스포일러를 밝히지 않는 것은 일종의 암묵적인 약속 아닐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숙명』을 읽고, 추리소설도 잘 짜여진 스토리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등장인물 설정하는 데에만 석 달이나 걸렸다지만, 그래도 이렇게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만들어내는 것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다 읽고 나니까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왜 서장을 넣었는지도 이해가 간다.

 

  소설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 유사쿠와 아키히코는 학창시절 강력한 라이벌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 둘이 다시 만나게 된 것은 살인사건을 통해서였다. 한사람은 형사고 한사람은 살인사건에 사용된 석궁의 주인으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사건은 일본 굴지의 기업 UR전산에 새로 사장에 부임한 스가이 마사키요가 자기 가문의 묘에서 등에 석궁을 맞고 살해된 것이다. UR전산은 주인공 아키히코의 가문인 우류 가와 살해된 스가이 가의 두 가문이 서로 실권 다툼을 벌이는 기업이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유사쿠는 자신이 사랑했던 미사코가 아키히코와 결혼했음을 알게된다. 그리고 경찰이었던 아버지가 남긴 노트에서 자신이 어렸을 적에 좋아했던 사나에라는 정신병 환자가 추락사한 미해결된 사건의 메모를 보고 UR전산이 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스토리 전개가 조금 더 나아가면 나도 모르게 스포일러를 암시하는 이야기를 쓸 수도 있을 것 같아 이만 생략)

 

  추리소설의 묘미는 범인이 밝혀지면서 일어나는 반전일 것이다. 독자가 예측하지 못한 의외의 인물이 범인이라는 사실에 머리속으로 쿵하고 충격을 받는다. 물론 어떤 트릭을 사용했는지 설명이 따라오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끝까지 읽어야 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추리소설 분야는 즐겨 읽는 편이 아닌데 작가의 다른 책도 읽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다. 시간 나면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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