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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오브 워터 -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황정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컬러 오브 워터』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이 책 저자의 어머니 루스 맥브라이드 조던의 일생을 그녀의 열두 명의 아들 중 여덟 번째 아들인 제임스 맥브라이드가 인터뷰를 통해 알게된 어머니의 삶과 자신의 성장과정을 나란히 배열한 성장소설이다.
미국만큼 인종전시장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뒤섞여 있는 특별한 나라도 드물다. 지구상에서 인종차별이 가장 심각한 나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꼽지만, 미국 역시 짧은 역사로 인해 인종차별이 완전히 근절되지는 못했다. 이 책은 인종차별 문제의 중심에서 당시 타부시하던 흑인남자와 결혼하여 열두 명의 자식을 낳아 키운 어머니의 이야기다. 그리고 백인 엄마를 둔 흑인 아이들이 피부색에 대한 혼란을 겪으면서 자라나는 이야기 이기도 하다.
루스 맥브라이드 조던은 폴란드에서 정통 랍비의 딸로 태어나 두 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버지니아주 서퍽에 정착을 했다. 그 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뉴욕으로 가 앤드류 D. 맥브라이드와 결혼하여 뉴욕 브루클린의 뉴브라운 메모리얼 침례교회를 창립하고 자녀가 여덟 명이나 되지만 남편은 폐암으로 죽고 만다. 이후 헌터 조던과 재혼했으며 그와의 사이에 자녀 네 명을 더 두게 되지만 결국 재혼한 남편 헌터 조던마저 사망한다. 이후 그녀는 65세의 나이로 필라델피아 템플대학에서 사회복지행정으로 학위를 받고는 십대 미혼모를 위한 쉼터, 필라델피아 응급센터에서 자원봉사활동 등을 하다 올 1월 9일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얼핏 봐서는 자녀가 열 둘이나 된다는 점 외에는 특별한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루스 맥브라이드 조던은 어린시절 부모의 성적학대와 노동착취에 반갑을 품고 집을 나와 유대인끼리 혼인하는 전통을 깨고 흑인과 결혼하는 당시로 보면 어쩌면 모험과도 같은 인생을 시작하여, 두 명의 남편과 사이에서 열두 명의 자식을 낳고 키워내는 억척같은 인생을 살아왔다.
책 제목에 대한 서술은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책 전반부에 나온다. 하느님이 백인인지 흑인인지 묻는 저자에게 엄마는 하느님은 백인도 흑인도 아닌 영(靈)이라고 답한다. 그리고 영은 아무 색도 아닌 물색. 물은 아무 색도 없다는 이야기. 여기서 이 책의 제목인 컬러 오브 워터가 나온다.
책의 후반부에 저자가 어머니의 과거를 찾아가는 대목이 나온다. 저자와 같이 절박한 심정이 되기도 했고 안타까운 심정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저자가 어머니를 모시고 어머니의 옛 친구 프란시스를 찾아가는 장면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의외의 사실에 놀랐다. 랍비도 바람을 피고, 돈의 노예가 되고, 가정을 버릴 수 있다는 점이 첫째다. 우리에게 탈무드로 잘 알려진 랍비는 현명한 성직자라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권위적인 가부장적 문화에도 놀랐고, 랍비도 타락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에게 휘두르는 매다. 우리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허리띠를 풀어서 그걸로 애들을 때린다. 우리에게는 아동학대가 심한 집안이 아니고는 이런 경우는 없다.
우리나라도 국내거주 외국인과 다문화가정이 합하면 백만이 훨씬 넘었다고 한다. 인종차별이나 민족차별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젠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이들을 배려하는 미덕을 보여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