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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천사 이야기 - 사춘기 우리 아이의 공부와 인생을 지켜주는
이범.홍은경 지음 / 다산에듀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수호천사 이야기』는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새내기 중학생 현지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엄마와의 갈등을 통해,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의 역할, 즉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려주는 대한민국 최고의 교육전문가와 동화작가가 함께 쓴 최초의 교육소설이다.
현지내 가족은 아빠, 엄마, 현지와 동생인 현중 이렇게 네 식구다. 현지가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공부에 대한 압박으로 엄마와의 갈등은 커져만 가는데. '이게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거'라며 새벽5시부터 영어책 읽기를 강요하고, 성적이 떨어졌다고 다른 학원으로 옮기라고도 하고, 방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시도 때도 없이 옆에 와서 감시까지 하는 엄마. 그래서 현지는 엄마가 밉다. 그런데 현지내 집에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사사건건 잔소리하던 엄마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후 집안에는 많은 변화가 온다. 친할머니가 오시고, 그 날 이후 현지내 댁은 예전으로 돌아오지만 엄마가 없다는 점만 예외다.
엄마가 없으면 세상이 온통 내 것이 될 것이라는 환상을 가졌던 현지.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날마다 고민만 늘어나자 현지는 친한 친구 정민을 통해 세르파라는 카페에 가입하여 카페 운영자인 달님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을 받기에 이른다.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은 고민을 상자에 담아서 봉인하는 것이다. 대신 다시 그 고민에 빠지지 않기 위해 상자와 같은 색갈의 편지가 배달된다. 편지는 그 고민을 원천적으로 해결하는 열쇠였다. 고민은 낭비, 나태, 의존심, 분노, 교만, 이기심, 재미로 일곱가지나 된다. 낭비에서 지름신과 결별하는 방법을 위험에 대비해 세 개의 굴을 파는 토끼의 예가, 나태에는 귀차니즘과 결별하기 위해 청개구리처럼 하기 싫은 것을 반대로 하는 방법이 제시한다. 의존심은 생활계획표를 만들고 이를 지켜 해결하고, 분노는 우는 아이 달래는 방법을 동원한다. 교만은 그리스 신화의 수선화를 통해, 이기심에는 더불어 살아가는 것의 소중함으로, 재미는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단칼에 베어버리는 알렉산드 대왕의 예를 통해 컴퓨터와 TV를 과감하게 정리하는 방법이다.
두 저자가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페이스메이커의 역할과 중요성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부모의 역할이 언제부턴가 남보다 더 공부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부모의 역할로 대체된 지 오래다. 그래서 사춘기에 접어들 무렵 학부모가 아닌 부모로 제대로 된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함이라고 느껴진다.
책에서 페이스메이커가 몇 번 나온다. 가장 처음 나오는 것은 책표지다. 자전거를 타는 현지 뒤에서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하얀 수호천사가 바로 페이스메이커다. 책 속에는 현지에게 고민 해결의 열쇠를 보내주는 것도 페이스메이커다. 이 외에도 여럿이 더 있다. 책에 나오는 페이스메이커가 누구인지 아이와 같이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초등학교 5,6학년 이상이면 무난하고 중학생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은 책이다. 내용 자체가 쉽고 아이들끼리 주고 받는 대화나 문자는 그 정도의 나이면 다들 공감하기 때문이다. 또 사춘기의 소녀라면 누구나 주인공의 처지가 내 처지같다는 느낌을 가질것 같기 때문이다. 중학교 1학년이상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도 권장하고 싶은 책이다. 아마 책을 읽다가 문득 내 이야기를 쓴 것 같다고 놀라는 부모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나도 책 속에 나오는 아빠가 너무 나랑 닮아서 놀랐다.
책의 끝자락에는 공동저자중 이범 교육전문가의 페이스메이커에 대한 담론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노출되어 있는 교육환경과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지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되어 있다. 예를 든다면 중학교 1학년 때의 부모가 페이스메이커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소통하는 부모와 끌고가는 부모의 차이는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가지는 아이를 만들고 못만들고의 차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그 차이는 분명하게 갈린다고 한다. 결국 부모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의 차이라는 것이다.
페이스메이커(pacemaker)는 심장이 비정상인 사람에게 심장박동이 정상적으로 뛰도록 주기적으로 심장에게 충격을 주는 장치를 말하기도 하고, 마라톤과 같이 장거리 종목에서 출전한 선수가 일정한 속도를 내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선수를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처럼 누군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호천사이기도 하다.
책에서 고민을 해결해주는 카페 이름이 세르파다. 세르파는 티벳어로 '동쪽에서 온 사람'이라는 뜻이다. 네팔에서 히말라야산을 정복하기 위해 등정하는 사람들의 짐꾼으로 등반의 안내자로 알려진 민족이다. 물론 이들 역시 페이스메이커임은 틀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