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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의 충격 - 책은 어떻게 붕괴하고 어떻게 부활할 것인가?
사사키 도시나오 지음, 한석주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0년 7월
평점 :
요즘을 흔히 소셜 네트워크, 소셜 미디어의 시대라고 한다. 정보의 바다를 주도하던 웹 1.0의 세대가 쌍방이 소통하는 웹 2.0의 세계로 진화하고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으로 통칭되는 휴대폰으로 실시간 정보를 주고 받는 시대에 벌써 돌입했다.
아마 우리나라 각 가정에 MP3 플래이어가 한 대 이상은 반드시 있을 것이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MP3는 만드는 회사나 종류가 다양해 소비자가 골라쓰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애플 아이팟이 MP3 시장은 물론 인터넷 음원 시장까지 석권해 버렸다. 그렇다면 애플은 어떤 전략으로 MP3 시장과 인터넷 음원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을까? 올 연초 애플은 아이패드를 출시했다. 이번에는 전자책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전자책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그 물음에 대답하는 책이 있다. 『전자책의 충격』이 바로 그것. 저자는 앞으로 전개될 전자책 시장의 주도권 싸움을 인터넷 전송을 중심으로 거대한 디지털 생태계(에코시스템)를 구축한 인터넷 음원 시장의 선례와 지금까지 전자책 시장이 걸어온 과정을 통해 분석하고 예측한다.
애플이 인터넷 음원의 세계를 석권한 전략은 다름아닌 플랫폼. 애플은 아이팟으로 MP3 시장에 뛰어들면서 세가지 조치를 취한다. 먼저 파일 공유와 불법 다운로드로 몸살을 겪고 있던 뮤직 시장이 저작권에 너무 집착한 것에 주목한다. 그래서 저작권 관리를 느슨하게 푼다. 유료로 구입한 것은 몇 번이고 마음대로 옮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그와 동시에 아이튠스라는 음악관리 프로그램에 아이튠스 뮤직스토어에 바로 접속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음악관리 프로그램만 열면 바로 뮤직스토에 접속이 되어 곡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추가한 것이다. 마지막 조치는 가격을 내린 것. 보통 한장에 15달러 하던 앨범을 곡당 99센트로 내린다. 결국 애플은 앨범 위주로 판매되던 기존 음반시장을 곡(음원) 단위로 쪼개 원하는 것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앰비언트 환경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인터넷 음원 시장의 맹주가 되었던 것이다.(그 결과 음악은 평평해 졌다. 유명인과 무명인의 구분이 없어지고 대신 내가 듣기 좋은 음악이라는 개념만 남았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수들도 이젠 노래만 부르지 않는다는 것을 주목하자.)
저자는 전자책 시장도 결국 플랫폼이 결정할 것으로 예측한다. 다만 책은 음악과 다르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점도 분명 다르다는 것을 책을 통해 밝힌다. 예를 들자면 출판사를 통하지 않는 자가출판이 도래한 것이라던지, 온라인 서평 등 소셜 미디어가 만드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정보제공자 정도로 보면됨) 등장이다.
전자책의 생태계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플랫폼도 중요하지만 이것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읽기에 적합한 기기의 보급, 유명 작가와 무명 작가의 접근의 평준화, 그리고 전자책과 독자의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매칭 모델, 즉 소셜네트워크라고 저자는 밝힌다.
지금 전자책 시장의 판도는 세계적으로는 아마존, 애플, 구글의 삼파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바로북, 교보문고에 이어 올해 인터파크를 시작으로 예스24, 알라딘, 리브로,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등 온.오프라인 서점은 물론, 신문사인 조선일보 텍스토어, 그리고 국내 최대 통신사인 KT까지 북카페로 전자책 사업에 진출했다.
사실 올 4월에 KT에서 쿡 북카페를 통해 지식나누미 1기를 모집한 적이 있었다. 100명을 모집해서 아이리버에서 쿡 북카페에 적합하도록 제작된 스토리-W 를 한 달 가량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되었다.
체험기간중에 몇 가지가 느낀 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점이었다.
1. 전자책 단말기의 호환성이다. 이는 아마존과 애플의 경우도 다르지 않지만 우리나라에는 많은 업체가 전자책 시장에 진출했기에 단말기 종류에 따라 호환이 되지 않는 경우를 해결해야 한다. 각 업체의 전자책 파일의 포맷도 마찬가지다. 아마 이것이 전자책 단말기 판매가 가속이 붙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2. 콘텐츠의 확보다. 다양한 콘텐츠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면 호기심으로 전자책 시장을 찾았던 소비자까지도 종이책 시장으로 돌아와 버린다. 이는 단말기 개발에 투자했던 단말기 업체에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간다. 왜냐면 읽을 것이 없어 비싼 단말기를 안 사기 때문이다.
3. 가격의 문제다. 전자책은 종이책의 70% 정도로 가격이 결정된다고 한다. 지금 종이책은 출간과 동시에 10% 할인은 기본이 되었다. 그리고 1년이 경과한 책은 각종 이벤트를 통해 대폭 할인되어 시장에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극단적인 생각일지는 몰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비싼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전자책 시장은 구간과 신간의 구분이 없어지는 시장이라고 할지라도 제지와 잉크 등 소모품이 들어가지 않는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비싼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책을 통해 충격을 받은 부분은 자가출판이다.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것. 바로 아마존디지털텍스트플랫폼(Amazone Digital Text Flatform)을 통해서다. 자가출판은 종이책과 같이 책의 제작과 유통에 필요한 비용을 필자가 직접 부담하는 자비출판과는 다르다. 그냥 글을 쓰고 아마존 계정에 올리고 책표지를 선택하면 책은 자동적으로 아마존 킨들스토어에 등장한다. 작가라는 용어보다는 저자라는 용어가 더 적합한 시대가 온 것이다. 한글을 지원하지 않아 아쉽지만 KT에서 쿡 북카페를 통해 전자책 시장에 진출할 때 자가출판에 대한 언급이 있었으니 조만간 기대해도 되지 않나 싶다. 이 책을 출간한 커뮤니케이션북스(http://www.commbooks.com)에서도 책을 내고 싶은 분들께 도움을 준다고 하니 활용하면 되겠다.
그러지 않아도 최근 트위터에 푹 빠져 스마트폰을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터에 정말 좋은 책을 한 권 읽었다. 책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 그리고 앞으로 출판업계는 어떻게 지각변동 할 것인지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그리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책의 뒷부분 약 50페이지 가량 우리 나라 전자책 시장에 대한 언급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