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책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4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지음, 조원규 옮김 / 들녘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책은 인간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책에 담긴 지식이 마음의 양식이 되고, 인생을 살아가는 길을 인도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은 한편으로는 치명적인 위험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위험이라는 것이 책이 가지는 상징성과는 무관한 경우에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르헨티나 작가인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가 쓴 『위험한 책』은 에밀리 디킨슨의 구판본 시집을 사서 길을 걸어가면서 읽다가 교차로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블루마 레논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된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교통사고에 의한 죽음이 아니라 문학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되었고, 그래서 생을 문학에 바친 것으로 표현된다.

 

  책의 위험성에 대해 다른 사례를 예를 들기도 한다. 서재에서 떨어지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머리를 맞아 반신마비가 된 레오나드우드 교수, 서재 한쪽 구석에 꽃혀 있는 책을 빼내려다 다리가 부러진 주인공의 친구 리처드. 이뿐만이 아니다. 어떤 이는 지하 공공도서관에서 폐결핵에 걸렸고, 주인공이 아는 칠레산 개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라는 책을 몽땅 삼켜 소화불량으로 죽고 말았다.

 

  소설은 교통사고로 죽은 주인공의 애인 블루마에게 어느날 아침 소포 한 꾸러미가 오면서 본격적으로 주인공의 여행이 시작된다. 주인공의 여행을 통해 등장하는 인물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나 저자는 등장인물의 진술 등을 통해 책에 집착하는 어떤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헤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최고의 소망은 자신만의 반듯한 서재를 갖는 것일께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찾아가는 카를로스 브라우어라는 사람은 책에 대한 사랑이 집착의 수준을 넘어 책을 벽돌과 시멘트와 섞어 집을 짓고 그 속에서 산다. 나머지 소설을 통해 밝혀지는 부분은 아마도 직접 책을 읽고 느껴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여기서는 생략하고자 한다.

 

  비블리오필(bibliophil)이라는 용어를 책 뒷부분에 있는 번역자의 글을 통해서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애서가, 서적수집가, 장서가 라는 다양한 뜻으로 불리는 것같아 네이버 검색을 통해 찾아보았다. 좋게 표현하자면 '책을 사랑하는 사람. 희귀하거나 아름다운 책을 수집하는 사람'이란다. 나쁘게 말하는 곳도 있었다. 도서광으로 번역하는데 '책을 좋아해서 훔치지만 읽지 않고 소장만 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한다.

 

  책은 한손으로도 편하게 쥘 수 있는 크기이고, 분량 또한 많지 않아 들고다니면서 읽었다. 읽으면서 계속 주위를 돌아보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물론 그럴리야 없겠지만 책 표지에서 느껴지는 아우라로 인해 나도 블루마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죽음을 당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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