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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vs 역사 - 책이 만든 역사 역사가 만든 책
볼프강 헤를레스.클라우스-뤼디거 마이 지음, 배진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카오스 이론 가운데 가장 비중 높게 다뤄지는 나비효과. 나비효과란 북경의 나비의 날개짓과 같은 작은 변화가 대기에 영향을 주고 이 영향이 증폭되어 지구 반대편 미국 뉴욕에 허리케인과 같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이론을 말한다. 그렇다면 책의 나비효과는 무엇일까? 아마도 책의 저자가 원했던 방향으로 증폭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그 반면에 작가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책 vs 역사』는 인류 역사를 바꾸거나 역사에 중대한 영향을 준 50권의 책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분류하고 소개하는 책이다. 기억의 역사가 시작된 고대, 종교를위한 책에서 학문을 위한 책으로 탈바꿈하는 중세, 그리고 중세 암흑기를 이겨내고 세상을 정복한 책이 쏟아져 나오는 근대, 마지막으로 생활의 매체로 기능하게 되는 현대. 책은 이렇게 크게 네 단계로 나눠져 있으나, 책의 저자는 이 분류가 절대적인 것이 아닌 만큼 소제목에 집착하지 않기를 원한다.

  우선 제법 두툼한 책인데 비해 너무나 작은 글씨로 인해 책 읽기가 조금은 불편했고, 이 책의 공동 저자가 모두 독일인이기 때문에 50권의 책중 독일과 관련있는 책이 30% 이상을 차지했고, 실재 분량으로 따지자면 그보다 훨씬 상회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책 제목을 『독일인의 책 vs 역사』라고 하는 것이 어쩌면 더 타당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막스와 모리츠>, <계몽의 변증법> 등, 몇 권의 책은 책 제목에 부합될 만큼 비중이 있는가 하는 의문도 생긴다.

  그래도 독일의 철학 계보 그리고 문학과 사상의 계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점, 각 책의 소개마다 저자에 관한 간단한 소개, 책의 줄거리, 책과 관련된 정보들을 따로 제공하여 이해를 도운 점, 그리고 삽화나 관련 사진을 수록하여 흥미를 이끈 부분 등은 호감이 간다.

  책을 통해 흥미 있게본 부분은 헤겔의 <정신현상학>을 설명하는 부분에 책과 관련된 정보에 등장하는 헤겔의 청년 시절 친구인 시인 휠덜린이다. 휠덜린은 소설 <히페리온>을 통해 자신의 삶을 그려낸다. 휠덜린이 제시한 구원은 헤겔이나 마르크스와는 다른 아름다움이었다.

  또 한가지 흥미있는 것이 있다면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대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다. 세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다름아닌 남 좋은 일만 했다는 거다. 구텐베르크는 자신의 발명품으로 벌어들인 돈을 자금 출자자에게 갖다 바쳤고, 대니엘 디포는 <로빈슨 크루소>를 고작 50파운드에 인쇄업자에게 넘겼고, 잭 케루악은 <길 위에서>를 썼지만 살아 생전에 땡전 한푼도 구경하지 못했다.

  책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아주 잘 보여주는 부분이 있어 인용하고자 한다.

  (중략)
  텔레비전과 인터넷의 시대인 지금, 책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책은 자유가 머무는 장소, 생각을 할 수 있는 장소, 뭔가를 전복시키고 파괴할 수 있는 장소,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장소다. 상상 없이는 생각도 있을 수 없고, 생각 없이는 자유도 있을 수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책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역사를 만들게 될 것인지는 두고 볼 문제다. 그러나 인터넷이 초창기에 유발했던 병적인 도취감이 사라진 지금의 상황을 가만히 살펴보면, 인터넷이 책을 몰아내는 것은 불가능하게 보인다. 모르긴 해도, 세계를 움직이는 생각은 앞으로도 계속 책을 통해 전파될 것이다 책은 수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가장 뛰어난 매체이자 불굴의 매체로 그 위상을 유지해 왔다. 책을 없애는 것은 가능할 지 몰라도, 책에 담긴 핵심적인 내용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책은 이렇듯 핵심적인 내용을 보존함으로써 우리 삶의 매체가 되었다.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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