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동네 공부방, 그 사소하고 조용한 기적
최수연 지음 / 책으로여는세상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부산만 가지는 재미 있는 문화가 여럿 있다. 사직야구장의 뜨거운 야구열기가 그렇고,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빨리빨리 문화도 그렇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문화보다는 삼촌, 이모의 호칭을 들고 싶다. 삼촌, 이모의 호칭이 부산만큼은 좀 유별나다. 그냥 아무나 보고 부를 수 있는 호칭이기 때문이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삼촌, 이모라 부르고, 식당이나 매장 등에 있는 종업원에게 역시 제일 편하게 부르는 호칭이 삼촌이나 이모다. 그래서 부산 사람들은 다 이웃사촌이다.  

<산동네 공부방>은 20년을 넘도록 감천동 산동네에서 공부방을 꾸려나간 최수현 이모의 이야기다. 1988년 서른셋의 나이에 다니던 성당 후배의 권유에 의해 딱 1년만 하기로 하고 시작한 우리누리 공부방. 이렇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시작한 공부방은 어느듯 20년이 지나 지난 2008년 11월에 20주년을 축하하는 작은 행사를 아이들과 가졌단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공부방에 선생이 없다면 어떨까? 책에서 수현 이모는 우리누리 공부방에는 선생이 없단다. 삼촌과 이모밖에 없단다. 뭐 호칭이야 그래도 선생이 맞기는 하다. 그렇게 부르도록 한 이유는 넉넉하게 자라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배려다. 대신 아이들에게는 진짜 삼촌과 이모나 마찬가지다. 

책 속에는 산동네 사람들의 삶이 녹아나 있고, 그 속에서 어머니의 품을 그리워하는 아이들에게 어머니의 따뜻한 품을 느끼게 하는 삼촌과 이모들의 이야기로 가득차 있다. 특히나 공부방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재미난 이야기들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도록 했고, 배꼽을 잡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학대받는 아이들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숙연하기까지 한다. 

예전에 독서실을 운영해 본 적이 있다. 그 당시 내 친구중에는 야학에서 공부를 가르치는 친구가 있었다. 독서실에 공부하러 온 아이가 내 친구를 보자마자 선생님 하는 것을 보고 그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그 당시에는 내 친구가 참 멋져 보였고, 나도 야학 한번 가 볼까 생각만 하고 말았다. 

가난한 산동네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같이 살면서 공부방을 운영하는 최수연 큰이모와 여러 이모, 삼촌들. 가난을 되물림하는 시대지만 이들이 있기에 아직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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