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그 후 - 10년간 1,300명의 죽음체험자를 연구한 최초의 死後生 보고서
제프리 롱 지음, 한상석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사후세계는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는 새삼스러운 문제가 아니다. 내세, 저승, 천국, 저세상, 하늘나라 등 종교나 문화에 따라 조금씩 용어는 다르지만 사후세계를 규정하고 있는 많은 단어들을 떠올리다 보면 존재한다는 것을 중심에 두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죽음, 그후>는 1998년에 임사체험연구재단을 설립하고 웹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약 10년에 걸쳐 임사체험을 한 임사체험자 1,300명이 자신의 경험을 웹사이트에 올리고, 이를 통해 죽은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연구한 것을 정리한 책이다.[임사 체험(Near-Death Experience)이란 의학적으로 죽었다는 판정을 받았던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체험이다.]

책을 쓴 저자는 방사선 종양학과 전문의로 활동하는 의사이자 과학자다. 죽음 뒤에 있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한 영역이다. 어쩌면 신의 영역일 수도 있는 이 영역에 대한 연구가 이 책의 저자 제프리 롱 박사가 처음은 아니다. 레이먼드 무디 박사가 1975년 <삶 이후의 삶(한국어 제목 : 다시 산다는 것, 행간, 2007.8.15 발간)>이라는 책으로 임사체험자 150여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발표된 책에서도 임사체험자들의 공통적인 내용은 이 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밝히는 죽음 뒤에 체험하는 삶이 존재한다는 증거로 제시하는 것이 조금 다를 뿐이다.

책에서 임사체험자들의 공통적인 체험을 다음과 같이 12단계로 설명한다. [괄호() 안의 숫자는 이를 경험했다는 비율을 참고적으로 기재하였다.]

유체이탈(75.4%) - 감각의 고조(74.4%) - 격렬하고 긍정적인 감정(76.2%) - 터널 체험(33.8%) - 신비로운 빛(64.6%) - 지인이나 신비로운 존재와의 재회 또는 만남(57.3%) - 시공간 개념변화(60.5%) - 자신의 삶을 회고(22.2%) - 아름다운 영역과 접촉(40.6%) - 특별한 지식을 접하거나 알게됨(56.0%) - 경계나 장벽을 만남(31.0%) - 자신의 몸으로 귀환(58.5%)

임사체험과 관련한 연구는 아직도 이를 부정하는 회의론자들이 많아 대립되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등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회의론자의 주장의 오류와 이에 대한 다양한 증거들을 제시한다.

의학적으로 사망한 사람이 의식적인 체험을 한다는 것이 의학적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것. 유체이탈상태에서 지각한 것이 사실로 밝혀진 사례. 시각장애인이 시각체험을 한 사례.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과정에서 몰랐던 사실이 밝혀진 사례. 그리고 임사체험 중에 자신이 본적도 없는 가족을 만난 사례. 어린아이의 체험도 성인과 동일하다는 것. 세계적으로 공통점이 있는 점과 잔존효과 등이 바로 그것.

의학적 용어로 사망이란 심장박동이 멈추면 뇌에 혈액공급이 중단되기 때문에 10~20초정도가 지나면 뇌의 기능이 중단되어 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감각이나 감정을 인식한다는 자체으로도 의학적으로는 설명이 불가할뿐 아니라 유체이탈을 통해 수술실에서 일어나는 전과정을 지켜본 임사체험자가 나중에 회생해서 밝히는 놀라운 사실들을 의학적으로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에클스 경의 <뇌의 진화, 자아의 창조(절판됨, 민음사, 1998. 3. 1)>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인용한다.

"과학적 환원주의로 인해, 인간의 신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었다고 나는 확신한다. 과학적 환원주의란, 궁극적으로는 정신세계의 모든 것을 뉴런(neuron) 활동만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물질주의를 기치로 한다. 그러나 그런 믿음은 오히려 미신으로 분류되어야 한다. … 우리는 '물질세계에 존재하는 몸과 뇌를 가진 물질적 존재'인 동시에 '영적 세계에 존재하는 영혼을 지닌 영적 존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p137

그래서 저자는 '육체적인 뇌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의식과 기억이 존재함을 책의 말미 결론 부분을 통해 밝힌다.

또 흥미있는 부분은 임사체험을 통해 콜롬비아 여성 하푸르가 얻은 지혜를 정리한 대목이다. 내용 대부분이 동양철학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우리는 '하나됨' 안에서 살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하나인 동시에 여럿이고 여럿인 동시에 하나다.
·내가 곧 만물이고 만물이 곧 나다. 본질적인 차이는 없고 겉모습만 다를 뿐이다.
·우리 자신을 벗어난 제3의 존재로서의 신이라는 개념은 틀렸다. 신은 만물 안에 존재하고 만물은 신의 일부다. 삶도 마찬가지다.
·만물은 생명이 살아가는 방식의 일부다. 모든 존재는 무조건적이고 보편적인 진실한 사랑에 힘입어 살아간다.
·만물은 체험이다. 현재의 삶과 죽음 이후의 삶은 본질적으로 동일한다.
·죽음은 시간의 다른 모습이며 우리의 정신에서 태어난 또 하나의 환상이다.
·'나'에는 '우리'가 포함되어 있다.
·창조가는 영원히 창조한다. 사랑 역시 그런 창조물 중의 하나다. 그림은 그림을 그림으로써만 배울 수 있다.
·사랑을 의식하며 사는 삶이 삶 자체의 본질이다.
-p189

저자는 결론부분에서 '죽음'이라는 우울한 주제에 대한 탐구 여정 속에서 오히려 '삶에 대한 사랑'을 발견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임사체험자들의 증언을 믿고 안믿고는 독자들의 몫이다. 다만 믿든 안믿든 살아가면서 남을 배려하고 남을 더 사랑해야 한다는 것과 그것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 진리다.

임사체험연구재단 홈페이지(http://www.nderf.org/)를 방문하면 보다 많은 임사체험을 접할 수 있다. 한국어 버전도 오른쪽 메뉴에 있으니 영어를 몰라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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