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이지만 유대인의 전통이나 생활방식 등을 거부하고 유대교가 아닌 타 종교를 믿는 사람과 결혼한 미치 앨봄. 얼마 전에 읽었던 김애리작가의 <책에 미친 청춘>에 죽음을 앞둔 모리교수와의 대화를 소개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책을 통해 알게된 작가다. <8년의 동행> 이 책 역시 약간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것은 바로 이 책에 나오는 유대교 랍비인 앨버트 루이스(책에서는 주로 '렙'으로 불린다)가 8년의 동행을 끝으로 세상을 떠나기 때문이다. <8년의 동행>에 나오는 주인공은 두 사람이다. 앨버트 루이스와 핸리 코빙턴이 바로 그 주인공. 두 사람은 달라도 너무나 다른 인생을 살아왔다. 한 사람은 유대교 랍비로 검소하고 모범적인 삶으로 유대인들에게 존경을 한 몸에 받아 온 고귀한 성직자인 반면, 한 사람은 어릴 때부터 탈선을 시작하여 살인을 방조한 계기로 살인죄 누명을 쓰고 복역하기도 했고, 출소후 결혼을 하고 마약을 거래하면서 많은 돈을 벌었지만 자신 역시 마약에 빠져 결국에는 마약상들에게까지 강도짓을 하여 죽을 고비를 넘기는 쓰레기 같은 인생을 살았던 것이다. 책의 중간쯤까지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무 상관도 없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전개가 된다. 렙의 이야기는 어떤 장례식에서 우연히 저자에게 자신의 추도사를 써 달라는 부탁을 수락하면서 렙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했기에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렙의 인생 철학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하지만 책의 중간부분까지 또 한 사람의 주인공인 핸리 코빙턴의 이야기는 목사가 되기 전까지의 이야기는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세월을 살아온 핸리의 자서전 적인 이야기가 진행되어 진다. 핸리 코빙턴은 결국 마약을 끊고 개과천선하여 목사가 되었고, "내 형제는 내가 지킵니다"라는 이름의 교회에서 자신의 지난 날을 반성하면서 노숙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노숙자들의 쉼터와 같이 무료급식과 잘 곳을 마련해 주고 예배를 통해 인생을 포기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립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다. 책을 관통하는 가장 큰 이야기는 사랑과 믿음 그리고 겸손이다. 서로가 "하느님"으로 부르는 신들이 각 종교마다 달라도 다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는 겸손이다. 렙이나 핸리 두 사람이 다 선교활동에는 관심이 없다. 다른 종교에 대해 배타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결국 배타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들에게는 겸손함이 부족한 것이고, 어쩌면 믿음이 부족한 것일지도 모른다. 무신론자에게는 '신은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은 의미가 없는 질문이지만 이 책의 저자인 미치 앨봄이나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질문일 것이다. 유대교 랍비의 선문답 같은 대답이 궁금해 하는 자들에게는 목마름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믿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험난한 인생이지만 안정이 찾고 희망을 찾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렙의 추도식에서 자신이 살아있을 적에 녹음해 둔 마지막 메시지가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만들어 낸다. "부디 서로 사랑하십시오. 대화를 나누십시오.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 때문에 관계가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p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