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 - 감각의 독서가 정혜윤의 황홀한 고전 읽기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독서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내가 느껴보지 못한 다양한 삶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번쯤은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살아보고 싶은 욕망도 생겨나게 되고, 때로는 소설 속의 주인공이 어쩜 그리 나랑 똑같을까 하고 느끼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그보다 같은 책을 읽어도 느낌이 다를 수도 있는 것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책 표지에 있는 감각의 독서가 정혜윤의 황홀한 고전 읽기라는 부재에 이끌려 손이 간 책이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이라는 책이다. 저자가 읽었던 다양한 책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된 독서 에세이다. 대부분의 중심은 고전이다. 역시 고전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게 만든다. 진정한 영화매니아가 같은 영화를 여러번 보는 이유도 매번 볼 때마다 보이지 않든 그 무언가가 계속 보이게 된다는 것과 같으리라.
저자가 고전 읽기를 권하는 방법이 재미있다. 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가 제시한 방법인데 비슷한 아류의 현대소설과 같이 읽어라는 것이 바로 그것. 대표적인 것이 조지 오웰의 <1984>다. 최근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1Q84>와 같이 섞어 읽어라는 것이다.
중심이 되는 책중 내가 읽지 않은 책은 다행이도 <거미여인의 키스> 한 권 뿐이다. 하지만 이 모든 책들을 다시 읽으면 학창시절에 읽었던 그런 분위기 보다는 색다른 분위기가 다가올 것만 같다. 특히 저자의 책에 대한 느낌을 읽으면서 나랑은 많이 다르게 책을 읽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역시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느낌이 난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남들이 느끼는 것을 나만 못느끼지는 않는지 걱정도 된다.
책속에 삽입된 삽화가 강렬한 이미지를 준다. 대부분의 그림이 한 개도 아닌 두 개의 그림을 겹쳐 놓았다. 그래서 그림을 볼 때 묘한 느낌이 든다. 또 책을 일정부분 인용한 것은 책을 읽지 않은 독자에게는 약간의 맛배기를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고전과 같이 거론한 책들 중에는 내가 읽지 않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는 꼭 읽고 싶었던 책인데 아직 못 읽었고, 그 밖의 책들은 제목을 처음 보는 것도 있고, 알고 있던 책들도 있다. 역시 얕은 내 독서량을 인식해버리고 만다. 역시 독서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틈틈히 시간을 만들어 다 읽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저자의 주장대로 세계가 두 번 진행된다고 하면 나에게 두 번째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 생각해봤다. 저자는 첫 번째 세계는 과거의 나지만 두 번째 세계는 미래의 나란다. 결국 고전읽기를 통해 두 번째 세계를 풍성하게 가꿀 필요가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고전 읽기도 소홀히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