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사랑하러 갑니다 - 박완서 외 9인 소설집
박완서 외 지음 / 예감출판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한 때 "사랑이란 ㅇㅇㅇ 이다" 라는 시리즈가 유명했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뒤에 나오는 부분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엄청 많았다. 유행가 가사처럼 눈물의 씨앗일수도 있고 배려, 이해, 넉넉함처럼 간단한 단어일 수도 있다. 그렇게 사랑이란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천차만별인 것이다.

열 명의 여성 작가가 써내려간 다양한 사랑이야기가 새로운 생각을 일깨워준다. 가정 꾸리고 자식 둘이나 키우고 사는 내게 총각시절에 겪어봤을 적한 감정을 다시금 기억하게 해 준 작가들이 고맙다. 그 만큼 내가 무딘 감정으로 세상을 살아왔다는 이야기 일 것이다.

<지금 나는 사랑하러 갑니다>에 등장하는 사랑은 우리가 한번쯤 들어봤을 적한 사랑들이다. 풋사랑, 동성의 사랑, 내면의 사랑, 중년의 사랑(불륜)이 있는가 하면 현 시대에 맞을듯한 사이버 사랑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제말 징용과 정신대가 만들어 낸 불행한 과거를 고발하는 부분도 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아이를 성추행 하는 더러운 지방 유지가 있는가 하면 의료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는 슬픈 이야기도 나온다.

다양한 소재도 그렇지만 열 개의 단편이 주는 분위기 또한 묘하다. 특히 단편 말미에 저자가 쓴 후기는 읽었던 단편에 대한 작가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읽으면서도 왜 소설을 이렇게 펼칠까 하는 의문이 상쇄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이하다고 생각하게 만든 단편은 김정희 작가의 '바람 부는 날 우체국 가는 길'이었다. 작가가 그리는 시점은 '나'가 아니고 '너'다. '나'가 보는 '너'라는 시점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일부는 여성작가의 시점이 아닌 남자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를 푼다. 그것도 자연스럽게. 아마도 이런 것들이 이번 단편모음집에서 처음 시도된 것은 아니겠지만 내게 있어서는 첫경험이라 싱싱하다.

열 편의 단편소설이기에 골라 읽는 재미도 있지만, 나 처럼 무식하게(?) 순서대로 읽어도 된다. 거창하게 연애소설이라고 소개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내가 관심 가지지 않았던 사랑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사랑 조차도 이 세상을 굴러가게 만드는 필요한 사랑이라고 생각된다.

책 표지에 '여자 정혜'라는 영화가 소개되어 있다. 우애령 작가의 '정혜'가 바로 원작이란다. 어린 시절의 잊어 버리고 싶은 아픔을 극복하는 이야기인데 한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쩝 그랬다. 난 문화와는 담을 쌓고 살았나 보다. 가까운 비디오 대여점에 가서 비디오라도 찾아서 꼭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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