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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의 기사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시마다 소지라는 작가는 처음 접하는 작가다. 책 뒷편에 실린 작가의 말로는 이 책이 나오기 전에 이미 스물네 편의 추리소설을 썻다고 한다. 그런데 한 편도 읽어본 적이 없다보니 다른 소설과 관련지어서 생각할 수가 없어 약간은 당황스럽다. 다만 작가의 글로 미루어 미타라이 시리즈로 꽤 유명한 작가인 것 같고, 이 책은 그 주인공인 미타라이와 이시오카 두 콤비가 처음 만나는 장면을 묘사한 것 같다. 셜록홈즈와 왓슨이 처음 만나는 <주홍색연구>처럼.
책은 기억상실에 걸린 주인공이 공원의 낯선 밴치에서 눈을 뜨면서 시작된다. 주머니 속에는 지갑과 열쇠고리에 달린 두 개의 열쇠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주변에 주차되어 있을 듯한 자동차를 찾아 공원주변을 빙빙 돌다 우연히 찻집에서 호스테스로 일하는 료코라는 아가씨를 만난다. 그러고는 그 날부터 이상한 동거(?)가 시작된다.
어느날 발견하게 되는 운전면허증. 이로 인해 과거의 기억을 찾아나서고자 하는 욕망이 들지만 료코와의 행복한 동거에 지장을 받을까봐 운전면허증에 있는 주소를 찾아가지 못한다. 이러는 와중에 만난 것이 점성술사인 미타라이다. 미타라이는 주인공에게 과거를 찾아가려 하는 욕망을 억제하는 일종의 억제책이었지만, 이마저 평번한 일상이 되어 버린다. 결국 료코의 허락으로 주소를 찾아가지만 집 앞까지 가서 발길을 돌린다. 이후 자신의 과거를 찾아가고 확인하게 되는 주인공.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긴박한 스토리의 전개. 그러나 추리소설에서 결말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엄청난 반전이 전개된다.
이 소설은 초고가 1979년에 완성되었고 발표되기까지는 12년이나 지난 1991년이란다. 저자가 생각해도 이렇게 오래 걸린 것이 묘하단다. 저자의 판단으로는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발표시기를 놓친 것도 이유의 하나이고 제목을 정하지 못한 것도 이유란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잊혀졌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지금 이 책은 1997년에 다시 개정판을 출간한 것이란다.
제목 <이방의 기사(異邦の騎士)>에서 이방이란 낯선 곳을 말한다. 그래서 <이방의 기사>를 영어로 직역하면 Knight of a Foreign Country 정도 되겠다. 즉 낯선 곳에서 나를 구해주는 기사다.
소설을 관통하는 여러 지명 이름이 내용을 이해하기에 다소 혼란을 주었다. 그래도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이 소설의 배경은 1978년이다. 처음가는 커피전문점에서 옆 사람들 대화에 끼어들어 미타라이의 말로 표현되는 그 시대의 사회에 대한 고발적인 내용은 지금의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기도 하다.
추리소설 매니아라면 또 미타라이 시리즈 팬이라면 일본 독자가 '가장 재미있는 미타라이 시리즈'로 이 소설을 선정했다고 하니 꼭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