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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와 나
장폴 뒤부아 지음, 함유선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장폴 뒤푸아'는 이 소설을 통해 처음 알게 된 프랑스 작가다. <케네디와 나>는 1996년에 발간된 소설이다. 14년이나 된 소설이고 번역본인 이 책이 나온 것도 2006년도이니 4년이나 된 소설이다. 소설은 제목과는 다르게 정치적인 면이 하나도 없는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 하는 소설이다. 조금은 독특한 일상이랄까..
주인공 폴라리스, 전직 작가로 열 편 정도의 글을 쓰고는 절필한 사나이다. 병원에서 언어치료사로 일을 하는 마누라 안나와 치의대 다니는 큰 딸 사라, 그리고 전자공학에 빠져있는 쌍둥이 아들인 자콥과 나탄, 이렇게 네 사람이 주인공의 가족 전부다. 가족들에게 주인공 폴라리스는 집에서는 없는 듯 한 사람이고,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을 뿐아니라, 자신도 다른 식구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부인인 안나가 다니는 병원의 치과의사와 불륜의 관계인 것을. 그런데도 아내와 헤어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는 사람이다. 오히려 그 불륜의 현장을 보고싶어하는 좀 엉뚱한 사람이다.
소설은 처음 시작하는 문장이 우낀다. '어제 나는 권총을 샀다. 그것 전혀 나답지 않는 행동이다.' 케네디가 나왔기에 1963년에 암살당했기에 이 문장이 처음에 주는 분위기는 제법 뭔가가 나올 것만 같은 느낌을 받고 책을 덮을 때까지 궁금증이 나래를 펴고 다녔다.
주인공이 허무주의로 빠져든 가장 큰 이유가 작가 시절에 자신의 모든 삶을 글로 담아내고 나니 더 이상 담아낼 것이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이러한 허무주의를 일탈할 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가족들 몰래 쿠리아킨이라는 정신과 의사로 부터 치료를 받았고, 치료비가 떨어질 무렵 두 사람은 재미있는 대화를 통해 서로가 일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험들을 주고 받는다. 이 대화속에서 케네디가 등장한다. 암살당하기 1년전에 케네디가 누군가로 부터 받았다는 해밀턴 시계가 바로 허무주의를 일탈하는 계기가 된다.
가식이 싫어 절필을 하게 되었던 주인공 폴라리스의 시각에서 보면 하루하루가 지루한 하루지만 가족에게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는 남편이고 아버지가 아니었다. 내가 본 폴라리스는 속으로 꽁한 감정을 숨기면서 가족에게 무관심한 듯이 행동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안나의 시각으로 그려지는 소설도 재미를 더한다. 느닷없이 보게되는 권총 때문에 겪게되는 정신적인 갈등이 있는가 하면, 불륜의 장면을 보았던 과거 어린시절이나 처녀시절을 넘나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책을 덮고나서도 한참 동안을 그냥 멍하니 있었다. 프랑스적인 삶이 나에게는 많이 낫설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풀려버리는 사건의 진행마저 한참을 생각에 잠기게 하였다. 그러면서 문뜩 든 생각은 나라면 하는 생각이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주인공과 똑같지 않았을까? 그럴리가 없다는 생각에 쓴 웃음만 나온다. 나는 그럴 수가 없다. 내가 집에서 논다면 아마 우리집에서는 무능한 가장 일하러 나가라고 난리를 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