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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의 어둠 - 2조 엔의 이익에 희생되는 사람들...
MyNewsJapan 지음, JPNews 옮김 / 창해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토요타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보다 카이젠이다. 改善을 뜻하는 일본말로 경영의 혁신을 얘기할 때마다 한번쯤은 거론되었던 키워드다. 그런 토요타가 얼마전 북미대륙을 시작으로 대량리콜사태를 맞이했다. 미국 정부에서 청문회를 열었다는 것은 뭔가 심각한 하자가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토요타에서 벌어졌을까?
일본에서 조차도 토요타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몰랐단다. 오히려 카이젠으로 대변되는 자동차 생산 세계 1위로 우뚝 선 기업으로 인간 경영법을 연구하고 내놓은 논문에는 토요타를 찬양 일색이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포스코에 토요타의 인간경영을 연구하는 팀까지 생겼었던 적이 있었다니 말이다. 포스코 뿐만이 아니다.
<토요타의 어둠>은 2007년에 쓰여진 책이다. 3년전에 쓰여진 책에 불과하지만 오늘 날의 토요타가 곤란을 겪을 수 밖에 없었음을 여지 없이 보여준다. 토요타의 문제는 일본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하에 쓰여진 책으로 출판 당시부터 상당한 애로를 겪었다는 사실에서 얼마전에 출간되어 화제가 된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는 책이 생각나기도 하다. 삼성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기 위해 사용한 전략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토요타였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삼성이 그걸 보고 배웠을 지도 모르겠다.
대표적인 것이 언론 무마다. 한해 토요타가 광고비로 지출하는 금액은 무려 1,054억엔이란다. 일본 1위 업체다. 우리돈으로 따지면 2007년도 엔화 환율이 100엔에 800원 정도였으니 우리돈으로 환산하자면 대략 8,432억이나 된다. 삼성과 비교하면 턱 없이 적은 액수지만 말이다. 2007년 광고비로 삼성그룹이 쓴 광고비는 모두 1조8626억원이다.
토요타가 내세웠던 것이 외부와 격리된 수용소 생활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개인의 사생활까지 침해당하면서 1조엔의 신화를 창조했다는 것이 이 책에서 주장하는 이야기다. 토요타식 인간경영은 지은지 40년이 넘는 낡은 기숙사가 말해주듯히 형편없는 복리후생, 에키덴(사내운동회)이나 카이젠으로 대변되는 창의적 아이디어 제안의 할당 등으로 단체생활과 활동만을 강요하는 경직된 기업문화, 그리고 근무중에 과로사를 해도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는 시스템(2002년 2월 9일 사망한 우치노 겐이치씨의 사례가 나옴), 판매보다 더 많은 리콜, 사측의 노무관리를 돕는 노동조합 등 알려진 것과는 정반대다.
특히 낡은 기숙사의 경우 다다미 넉장 반이 독신자 1인이 거주하는 방이다. 다다미는 일본에서 보통 면적을 따질 때 사용하는 것인데 두장이 한평정도 된다고 하니 독신자 1인 거주방은 2평 조금 넘는다는 계산이다. 그 좁은 곳에 옷장 하나 놓고 나면 남는 공간 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창문에 바람이 셀까봐 테이프로 바르고 산단다. 토요타 사원은 퇴사자를 탈북자라 부른단다. 단체생활을 강요하는 경직된 사회에서 탈출했다는 의미란다.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 필요한 곳에 도착하도록 한다는 토요타가 자랑하는 Just In Time 시스템은 결국 정직원과 비정규직 그리고 파견근로자들의 가혹한 노동착취로 이어져 우울증을 유발하고 과로사 내지는 자살을 촉구했던 것이다. 그것이 신화뒤에 있었던 현실이었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문화 가운데 좋지못한 것도 알게 되었다. 힘 있는 상사의 괴롭힘과 왕따인 파워하라, 상사와 부하직원이 친해질 수 있도록 퇴근후 술 한잔 같이 하는 후레이아 활동. 전자의 경우야 일종의 이지매로 이 책에서는 위장청부를 고발하는 대목에서 나오고, 후자의 경우는 노동조합을 와해하는 책략으로 소개된다.
그래도 이 책에서는 희망을 이야기 한다. 2006년 6월에 설립된 전토요타노동조합연합회를 이끄는 와카쓰키 다다오 위원장, 2004년 9월에 위장청부를 고발한 아배 히로시, 그리고 남편의 과로사를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 재판투쟁을 벌이고 있는 우치노 히로코같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토요타의 경영방식도 조금씩 바뀌고 있기 때문이란다.
삼성전자에 얼마전 이건희 회장이 다시 경영일선으로 복귀한 것이 우연한 일일까? 아마도 토요타의 위기에서 어떤 위기의식을 느꼈던 것은 아닐까? 무노조 신화를 이루기 위해 그동안 무수히 많은 '또 하나의 가족'들을 버렸던 삼성.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매장시키고자 했던 김용철 변호사와 같은 내부고발자들. 정말 이번 토요타 사태를 계기로 정말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슬로건이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얼마전에 노조사무실에서 <자동차 절망공장>과 <삼성을 생각한다>, <골리앗 삼성 재벌에 맛선 다윗의 투쟁>이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억지로 시간을 내서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