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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심벌의 비밀
댄 버스틴.아르네 드 케이저 지음, 김홍래.황혜숙 옮김 / 타임북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우연한 기회에 <다빈치 코드>라는 소설을 알게 되었고, 즉시 구해서 읽고는 엄청난 혼란으로 인해 한동안 헤메던 때가 있었다. 그 혼란으로 인해 지인들에게 돌려 읽게 하고는 소설 속의 플롯이 사실이라는 환상에 빠져 같이 토론하고 하던 때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하다. 하지만 <천사와 악마>에서도 마찬가지로 사실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힘이 오늘날 댄 브라운을 세계적인 베스트벨러 반열에 올리지 않았나 싶다. <디지털 포트리스>는 예외지만 말이다.
솔직히 댄 브라운 소설을 소재로 비밀시리즈 책이 발간된 사실을 몰랐다. 그래서 서문에서 밝힌 다른 책들 - <다빈치 코드의 비밀>, <천사와 악마의 비밀>, <막달라 마리아의 비밀> - 이 이미 발간되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된 것이다.(도서 검색하면 <다빈치 코드의 비밀>만 나옴)
나는 아직 <로스트 심벌>을 읽어보지 않았다. 솔직히 읽고 싶은 책이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껏 읽지 못한 것은 내 서재에 쌓여있는 다른 책들 때문이다. 그런데도 <로스트 심벌의 비밀> 이 책을 선듯 손에 쥐게 된 것은 아마도 원작으로 된 두 권의 책보다는 한 권으로 원작에 대한 비평을 먼저 접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 책을 통해 이 소설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주제를 찾아 떠나는 여정 속에서 나열되는 사상이나 철학, 역사, 예술, 과학, 음모론 등의 소재중 어느 것이 사실이고 어느 것이 허구인지를 가려낸다. 이를 위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와의 인터뷰도 있고, 특정 분야의 전문가의 기고글도 받아서 수록하고 있다.
아직 <로스트 심벌>을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대략의 줄거리나 동선, 그리고 그에 따른 각종 상징물이 나오는 흐름 등을 어렵지 않게 그려볼 수 있었다. 원작 소설에 대해 내가 막연히 기대했던 것이 조금 다르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건국 시조들과 프리메이슨의 관계를 풀어가는 방법이다. 본래 미국 1달러 지폐에 나온 도안이나 워싱턴의 도시계획 등이 여러 서적을 통해 음모론의 배경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아무런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성경에 나오는 아케다를 비밀의 중심에 넣어 희생-부활하는 특정한 의식을 통해 신이 될 수 있다는 고대의 비밀을 간직한 집단으로 단순화 시켜버렸다는 것이다.
<로스트 심벌의 비밀>을 통해 색다르게 읽은 부분은 제프 샬렛이 쓴 '미국 권력 중심부의 은밀한 근본주의'에 나오는 패밀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신이 일반인이 아닌 특정 엘리트를 통해 은총을 행한다는 종교관을 가지고 있다는 사람들. "성서 자본주의"와 외교 문제에만 관심을 가지며 이를 통해 미국의 영향력을 확장시켜 결국 신의 왕국의 영향력을 키운다는 사람들. 사실인데도 미국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단다. 제프 샬렛에 따르면 아무리 언론을 통해 알려도 일반인이 사실로 인식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사실이 오히려 역으로 음모론 정도로 치부되어 관심 밖으로 사라지게 되는 아이러니. 참 묘한 일이다.
2005년에 <과부의 아들에 대한 비밀>이라는 책으로 <로스트 심벌>의 내용과 책에서 사용될 소재들을 대부분 예측하는 책을 냈다는 것과 내용을 정확히 따라가지는 못했더라도 활용될 소재들에 대해서는 정확히 예측했다는 데 대해 과연 댄 브라운의 전문가 답다는 생각이 든다.
빨리 원작소설을 읽어 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