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마음껏 살아라! - 생의 끝자락에 선 아버지가 아들에게
티찌아노 테르짜니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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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에게 세계 역사는 승자들의 기록에 불과하다. 그것도 2차 세계대전을 끝으로 대부분의 현대사는 저마다의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우리와 상관없다는 이유로 외면해 버린다. 그래서 <꺼꾸로 읽는 세계사>를 보면 이스라엘의 건국과 베트남 전쟁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입장을 보게 되는 것이다.

<네 마음껏 살아라>는 동아시아 현대 역사의 현장을 누비며 같이 살아온 특파원이었던 티찌아노 테르짜니가 암으로 생의 끝자락에 영화제작자인 아들 폴코에게 그동안의 살아온 이야기를 전해주는 자서전적인 책이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은 카를 마르크스도 했고, 아놀드 토인비도 말했다. 그런데 반복되는 역사는 대부분이 슬픈 역사다. 그래서 슬픈 역사일수록 반드시 청산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테르짜니는 과거 미국이 베트남에 저지른 만행이 현재의 외신기사를 읽다보면 지금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것과 다름없음을 안다. 그래서 역사는 반복된다는 거다. 특히 크메르 루주에 의해 이루어졌던 대량학살의 이야기가 앙코르와트 사원의 부조 조각으로 이미 천 년전에 예언되었다는 사실은 실로 놀랍다. 세계적인 관광지로 유명한 앙코르 와트 유적에 그런 슬픈 전설이 있다니 말이다.

어렵게 이뤄낸 혁명은 결국 수고한 사람들이 자기 몫을 찾는 과정을 통해 변질되어 버린다. 그래서 테르짜니는 혁명은 어린애 같아 처음에는 순수하지만 점차 비열한 어른으로 변질된다고 한탄한다. 책을 통해 본 동아시아 역사에서 베트남과 캄보디아, 중국 등 공산주의자들이 혁명을 성공하고도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 보다 못한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세상이 바뀌기를 바라면서 흘렸던 수 많은 피는 결국 덧 없이 사라져 버린다.

테르짜니는 자유을 갈망해서 고향을 떠날 수 있었고, 세상을 바꾸기를 바랬기 때문에 역사의 현장에서 특파원의 신분으로 타인의 삶과 동화되어 살아갈 수 있었지만, 결국 그가 갈망하는 세상은 보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테르짜니는 히말라야를 찾았고 인도에서 신앙의 힘을 느껴보지만 그 곳 역시 평등하지 못한 사회라는 사실을 깨닳게 된다. 모든 것을 버림으로써 평온을 찾게 된 테르짜니. 의미있는 삶을 살았기에 삶의 끝자락에 와서 후회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 권의 책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경우는 참으로 드물다. 그런데 이 책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아마도 작년에 읽었던 리영희 선생님의 자전적인 책인 <대화>라는 책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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