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고딩 1학년때였을 것이다. 뜬금없이 김훈 작가의 <남한산성>을 구해달라고 했었다. 그 당시 잘나가는 책으로 꼭 읽고 싶단다. 사실 다니던 학교 도서관에 책을 무려 5권이나 있었는데 빌리러 갈 때마다 없어 구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인터넷 서점을 통해 바로 구해주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분명 학교에 가지고 간 것 같은데 책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아들에게 물어 보았다. 답은 담임선생님이었던 것이다. 학교에서 쉽게 빌릴 수 없으니 지껄 뺏어가더란다. 우리 민족의 역사적인 기록을 남긴 책은 몇 권 안된다.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쓴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유성룡의 <징비록>, 이 두 권을 제외하면 적어도 떠오른는 책 제목은 없다. 그래서 <남한산성의 눈물> 이란 책은 나만갑이라는 사람이 병자호란의 치욕적인 역사를 현장에서 보고 들은 그대로 남긴 <병자록>이라는 일지를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쉽게 풀어쓴 책이다. 조선시대의 역사는 흔히 대립과 갈등으로 많이 묘사된다. 특히 주화파와 척화파의 대립으로 묘사되는 병자호란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너무나 크다. 주화파나 척화파 양쪽다 나라를 위한 충정은 같았지만 풀어가는 방법은 너무나 달랐다. 최명길과 김상헌의 기싸움. 이 책만 가지고 결론을 따지자면 최명길의 승리다. 그런데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결국 무승부다. 그렇게 서로 으르릉 거리면서 싸운 사람들이지만 두 사람이 모두 북경까지 끌려가게 되고, 그 곳에서 서로의 진심을 알게되어 화해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전에 큰 아들에게 먼저 줬다. <남한산성>을 읽은 것과 비교해 보면서 읽어보라고 말이다. 그런데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다만 문체가 다르단다. 그래서 맛이 다르단다. 대신 성격을 묘사한 부분은 많이 틀리지만 결과적으로 그려지는 부분은 너무나 같단다. 맞다,. 그래서 김훈 작가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유다.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해 쓴 책으로 느껴진다. 놀라울 정도로 불필요한 부분을 버린 편지글이 그렇고, 전쟁의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의 단계별 구분에 따라 한글로 다듬은 저자가 지금의 우리 눈으로 어떻게 이 사실을 바라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지 하는 질문으로 마감한다. 결국 저자의 기대는 역사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 하는 물음으로 종결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었던 조선시대의 역사와 관련된 책 두 권이 생각이 난다. <조선사 진검승부>와 <조선을 만든 사람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서두에도 인용했듯이 김훈 선생님의 <남한산성>도 마찬가지로 생각난다. <샘깊은 오늘고전> 시리즈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미 나온 11권의 제목을 보니 심상치 않다. 고전이지만 모두 다듬은 사람이 있고 그린 사람이 있다. <남한산성의 눈물>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오늘날의 한글로 만나게 한다니 꼭 접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래픽이 참 신선하다. 무언가가 느껴지는 것 같으면서도 무엇인지를 모르겠고, 단순하게 짜여진 그림인데도 많은 것을 내포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