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 담쟁이 문고
이순원 지음 / 실천문학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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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동화에서 소가 죽으면 어디로 간다고 할까? 사람과 같이 하늘나라로 간다고 할까? 아니면 어디로 간다고 할까? 이순원의 소설 <워낭>에서는 금우궁으로 든다고 한다. 플레이아데스 궁전이 있는 황소자리로 말이다. 결국 별자리도 하늘에 있기는 마찬가지니 하늘나라로 가는 것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소설 <워낭>은 일전에 봤던 <워낭소리>라는 영화에 MBC PD수첩이 겹쳐지는 맛이 나는 소설이다. 한가지를 덧붙인다면 시대를 구한말(1884년)까지 끌어올리고, 무대를 강원도 강릉으로 한다는 것만 다를뿐이다.

<워낭>은 소의 시각으로 인간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그린 소설이다. 가족이 대물림하는 이야기를 쓴 소설은 장편소설에서 대하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그 가족을 인간이 아닌 소라는 가축으로 쓴 소설은 없을 듯 하다. 그래서 조금 색다른 맛이 난다.

소설의 시작은 2008년 5월초. 온 나라가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는 촛불로 떠들석 한 때였다. 금우궁에서 인간세상을 내려다 보던 검은눈소. 검은눈소의 눈에 어릴 때 동갑내기였던 차무집 아들의 촛불 든 모습이 들어온다. 그렇게 시작하는 이야기는 검은눈소가 차무집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그릿소 시절부터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태어난 지 한 달도 안된 앳띤 송아지로 들어온 그릿소는 원래 주인이 있었지만  나중에 송아지가 태어나면 송아지를 받기로 하고 차무집에서 대신 키워주게 된다. 그릿소는 무럭무럭 잘 자라 첫 송아지를 낳게 되는데 이 때  태어난는 송아지는 흰별소다. 그렇게 해서 15~18년 동안 일년에 한 마리씩 새끼를 낳아 그중 한마리가 외양간을 물려받고 하면서 12대를 이어오는 소의 이야기들이다. 예전에 소는 농사꾼이고 자식이고 가족과 같은 존재로 여겨졌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농사꾼의 지위에서 밀려나고, 자식이나 가족이라는 지위에서도 밀려나고, 결국 차무집 외양간은 흰별소 부터 시작한 소의 대가 반제기소를 마지막으로 대가 끊기게 된다.

우추리 마을에서는 나라를 일본에 빼앗기는 경술국치를 겪게 되었어도 큰 변화가 없다. 아마 이것은 그 당시 대부분이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소가 대를 이어가며 차무집과 재미있는 스토리를 엮어가는 것은 솔솔한 재미도 재민지만, 드문드문 사람과 교감하는 부분에 이르면 잔잔한 감동마저 밀려온다.

마무리하는 부분에서 검은눈소가 후손들에게 안타까워 하는 부분이 가슴에 와 닿는다. 언제부턴가 코뚜레 대신 귀에 바코드를 찍은 번호표가 달리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한 마리당 0.4평에 한 마리씩 가두어 키울 때 이익이 가장 많이 난다는 인간의 과학. 곡물 사료에 동료의 뼈와 머리를 바수어 섞은 이상한 사료에 살충제, 항생제, 호르몬제가 첨가되고 인공조미료까지 사료에 섞는 것. 그래도 이제는 소와 사람이 식탁에서 만나기 때문에 건강하게만 만나기를 바란다.

워낭은 소 목에 달면 워낭이 되고, 곳간에 달면 풍경이 된다. 검은눈소는 워낭을 통해 대를 이어 살아온 자신들을 기억해 주기를 바라면서 책을 덮는다.

문득 작년초에 지인으로 부터 좋은 덕담 하나를 받은 것이 생각난다. 기축년이었던 작년(2009년)은 소의 해였다. 그래서 지인에게서 받은 덕담은 우보천리(牛步千里)였다.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 즉 소처럼 우직하고 꾸준히 나아가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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