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의 나치 문학 을유세계문학전집 17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김현균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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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문학에 대한 글을 그 문학과 관련있는 여러 작가의 전기 형식으로 소개한 소설을 보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것도 소설에 나오는 작가들이 전부 만들어 낸 인물이라면.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인물들이 현대사에 존재하는 다양한 실존 인물들과 같이 소개된다면. 적잖이 당황도 될 법도 하고, 실재하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할 것이다.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이 바로 그런 블랙 유머 소설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가짜 책이 무려 200권이 넘는다. 또 30명의 주인공 말고도 만들어진 가짜들이 80명이 넘는다. 대단하다는 찬사가 나온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황당한 경우를 당하게 될 것을 생각하니 우습다. 2029년에 우간다에서 죽은 빌리 쉬어홀츠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2021년에 죽은 미국 사이언스 픽션 작가인 잭 소든스턴은 자신의 소설이 영화화 되기 까지 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이 책은 쓴 작가는 로베르토 볼라뇨라는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작가라고 한다. 칠레에서 태어나 어렸을 적에 멕시코로 이민가서 살았다. 스무살이 되던 해에 칠레에서 사회주의를 실험하려했던 아옌데 정권을 돕기 위해 귀국한다. 그러나 한달만에 미국 CIA의 지원을 받아 일으킨 피노체트 쿠테타로 인해 체포되지만 학창 시절 동기인 간수의 도움으로 8일만에 석방되어 멕시코로 돌아온다. 그후 아프리카와 유럽 등지를 방랑하다 바르셀로나에 정착했다고 한다.

책 제목에 인용된 나치 문학이라는 것은 히틀러나 아리안족의 우월성을 찬양하는 그런 문학만을 말하지 않는다. 극우 파시스트 문학이라는 표현이 맞는 말이다. 그래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극우 광신자, 인종주의자, 축구 서포트, 게임제작자 등 다양하다. 맞다. 오늘날에도 파시즘 문화는 많이 있다.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불쌍한 사람들. 포기를 모르고 사람들. 일부는 2010년 오늘에도 살아있는 것으로 표현된다. 파시즘 문화가 가까운 미래까지도 살아있을 것이라는 작가는 알았을까?

30명이나 되는 사람들중 익살맞은 작가의 상상력과 유머가 돋보이는 사람은 단연 천의 얼굴을 가진 막스 미르발레다. 아이티 사람으로 다른 시인의 시를 표절하면서 막스 카시미르와 막스 폰 하우프트만, 막스 르 괼 이렇게 세 명의 시인을 탄생시킨다. 본명까지 치면 네 명이나 되는데 네 명이 다 다른풍으로 시를 표절하고 다닐 정도였다면 대단하지 않나 싶다. 나중에는 작곡가 겸 가수 자크 아르티보니토까지 겸한다. 대단한 상상력이다.

발음하기 쉽지않는 이름들이 너무 많아 읽는 내내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또 뒷편에 있는 주를 찾아서 이해하면서 보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다 읽고 책을 덮고 나니 색다른 경험이 나에게 주는 짜릿함이 전해진다. 그래서 일반 소설에 너무 질린 나머지 조금 색다른 소설을 경험해 보고 싶은 분께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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