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쪽지 - 여섯 살 소녀 엘레나가 남기고 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
키스 & 브룩 데저리크 지음, 나선숙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자식을 키우는 부모에게 사랑하는 자녀가 악성 뇌종양으로 앞으로 135일밖에 더 살지 못한다는 선고를 받았을 때의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전혀 느끼지 못할 것이다. 나 역시 작은애가 처음으로 청각장애라는 판정을 받았을 때는 하루종일 뭐에 홀린 듯 멍했었고, 나중에 현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나도 모르게 엉엉 울어버렸다. 뇌종양처럼 죽을병도 아닌데도 왜 내가 그런일을 당해야 하는지 세상이 원망스러웠었다. 죽어가는 딸 엘레나를 보는 부모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갈만도 하다. 특히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가슴에 한이 서릴법도 한데, 오히려 엘레나의 부모는 동생 그레이시에게 언니 엘레나가 남기고 간 교훈을 알려주기 위해 인터넷에 일기를 쓴다. 이 책은 그렇게 쓰여진 일기를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많이 잊어버리고 무심코 지나치는 말들이 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괜찮습니다' 이 세가지 말이 바로 그것이다. 여섯살 엘레나가 가족들에게 남기고 간 건 사랑하고 감사하는 그런 표현들은 늦으면 안되며, 오늘 바로, 지금 바로 말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사실 우리들은 많이 이런 것들을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면서 무심코 지나쳐 버린다. 하지만 같이 사는 내 가족이 또는 같이 일하는 내 동료가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면 그때부터는 하루, 한시간, 1분, 1초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처음 책표지를 보고 마음이 울컥했었다. 서문에서도 그랬다. 하지만 일기를 읽는 내내 울고싶다는 감정보다는 안타깝다는 느낌이 더 들었었는데, 엘레나가 떠나는 날부터 대놓고 엉엉 울면서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책을 다 읽고 뒷부분에 나온 The Cure Starts Now 라는 웹사이트에 접속하고 무심코 영웅들을 보려고 눌렀다가 또 한번 울컥해 버렸다.  소아 뇌종양에 걸려 투쟁하는 수많은 엘레나를 보고야 말았던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완치될 병이라는 엘레나 아빠의 확신찬 믿음이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책 속에는 또 다른 작은 책이 한 권이 더 있다. <내 아이에게 사랑을 전하는 50가지 방법>이다. 대부분이 이 책속에 나오는 엘레나 가족이 사랑하고 웃는 방법들이다. 작은애가 내년에 고등학생이 되는 다키운 애라 책에서 이야기하는 사랑을 전하는 아이는 아닌 것같아 다른 방법을 따로 생각해 내야 할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아들 둘에게 어릴때 관심을 가져주지 못한 나 자신이 미웠다. 그리고 아무탈없이 자라준 애들이 너무 고맙고 사랑스럽다.

작은책 마지막 부분은 <2010 우리 가족이 꼭 함께 하고 싶은 일>을 5가지 적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이곳을 채울려다가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할 수 있도록 앞쪽에 배려해 놓은 부분을 보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엘레나와 그레이시 정도의 아이를 키우는 사람에게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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