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중퇴했지만 내 전공은 수학이었다. 그것도 2학년에 그만뒀기 때문에 세부적인 전공을 정하지도 못했다. 그래도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의 수학은 나름 남에게 지지않을 자신이 있는 과목이었고, 지금의 내 신분을 결정짓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얼마전에 <지하철과 코코넛>이라는 책을 읽은적이 있다. 그 책의 주요 내용은 불확실성에 대한 내용이었다. 결과적으로 그 책에서 말하는 것은 불확실한 것은 불확실한 그대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확율이나 통계는 깔끔한 계산이 되어야 하는 수학으로는 과학적이지 못한 것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이 책을 쭉 훑어보는 순간 통계학이라는 것이 어떤 데이터군에 대해 특징을 찾아내고 분포와 편차 등을 밝혀내는 학문으로 전혀 과학적이지 못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과학적이지 못하다면 일기예보와 같이 날씨를 예측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야 옳다. 물론 일기예보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말이다. 서두에 이 책으로 공부해야 할 사람은 통계학을 처음 배우거나 다시 공부하고 싶은 사람, 공부하다 포기한 사람, 남보다 뒤쳐져 있는 사람들이란다. 또 다른 통계학 서적과의 차별화시킨 부분을 7가지나 되는 특징으로 소개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의 구성이다. 총 2부로 22회(0강의~21강의)분의 강의로 정리하고 있다. 1부(1강~10강)에서는 초보를 대상으로 기술통계부분을 주로 다룬다. 평균값, 표준편차, 분산, 정규분포 등 뒷부분으로 가면 추정통계의 출발이 되는 가설검증과 신뢰구간 등의 강의로 마감한다. 뭐 초보자는 여기까지만 공부해도 저자 말대로 본전 뽑았다고 여겨질 것 같다. 2부는 본격적으로 추리통계부분을 다룬다. 모집단에 대한 것, 카이제곱분포와 t분포 등 차근차근 집중해서 보면 뭐 그다지 어렵지도 않을 것 같다. 각 강의에서 쉬운 예들을 들어가며 설명하므로 쉬웠다. 그리고 모든 강의(0강의 제외)는 강의 말미에 강의의 정리를 통해 복습이 가능했고, 간단한 연습문제를 풀어봄으로써 배운 것에 대한 이해 여부를 바로 알 수 있어 좋았다. 또 컬럼이나 보충설명란을 통해 추가 내용을 소개하고 있어 읽는데 솔솔한 재미도 더한다. 표준편차를 통해 주식의 평균수익률과 금융상품의 우열을 가리는 수치인 샤프지수를 소개한다. 샤프지수는 처음 알게된 지수다. 일전에 경제상식사전을 통해 대부분의 경제용어는 다 한번씩 접해봤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대목이었다. 1부를 다 읽고 올해 수능을 친 큰 아들 보여줬더니 수학정석 책이랑 똑같다고 했다. 읽지 않은 2부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공부해야겠다. 일단 고등학교 과정은 넘었다고 생각되고 초급이기는 하지만 나름 전문적인 과정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책 제목처럼 <세상에서 가장 쉬운 통계학입문> 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