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어홀릭
신명화 지음, 이겸비 일러스트 / 은행나무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요즘 공중파 방송보다 더 인기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맞다, 정형돈, 정가은의 능청스런 연기가 돋보이는 롤러코스트 남녀탐구생활! 능청스러운 연기도 한 몫 하지만 그보다 더 하일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어눌어눌한 표현으로 화면의 상황을 설명하는 성우 서혜정씨의 능청스러운 설명. 오랜만에 롤러코스트 남녀탐구생활을 눈으로 읽었다.

부끄럽지만 난 칙릿소설이라는 용어가 낯설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2,30대의 일하는 싱글 여성을 타겟으로 쓰여진, 2,30대 성공한 여성의 일과 사랑, 일상을 그린 소설이란다. 그래서 이 책에서 주인공 효주가 외출할 때 신경쓰는 패션이나 구두에 대해 내게는 너무 낯설게 느껴졌었나 보다.

한때 잘나가던 구두디자이너였던 한효주. 그녀는 다니던 회사의 킹카였던 고민석이라는 디자인실 실장을 동경하다, 가까이 할 수 있는 우연히 기회를 가지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녀의 앞을 막는 악재가 되어 버린다. 고민석의 결혼식에 효주가 참석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효주는 슈어홀릭이다. 15평 남짓의 오피스텔에 살면서 멋진 슈즈룸을 꾸미기 위해 방을 포기하고 모든 생활을 거실에서 해결해야 할 정도로 구두 수집광이다. 그녀가 구두를 대하는 감정은 자식을 대하는 어머님 마음이다. 각 구두마다 구입월, 굽과 구두이름 등의 메모까지 적어 놓고, 자신만의 분류방법대로 차곡차곡 쌓아놓은 백여켤레의 구두들. 외출에서 들어오면 가벼운 손질을 거쳐 신발장이 아닌 슈즈룸으로 들여보내지는 구두들.

소설은 다양한 주변인물들로 아기자기한 재미를 추가한다. 민호와 아영의 사랑싸움, 이상한 만남에서 앞으로의 이야기를 암시하며 등장하는 민호의 사촌형이자 한의사인 전태훈, 그리고 동생 효진의 결혼, 각각의 사건은 작자의 치밀한 구성으로 인해 서로 독립된 사건으로 보이지만, 결국은 작가가 이루고자 하는 결말로 이어가는 고리, 고리로 연결된다.

굽이 높은 하이힐이 무릎등 인체에 아주 좋지않다는 것은 상식이 된지 오래다. 그런데도 주인공 효주에게는 아름다움을 위해 편안함은 포기할 수 있는 하찮은 것에 불과하다니. 무릎과 발이 아프고 그래서 결국 굽 높은 하이힐을 포기하게 되지만 말이다.

나는 구두를 잘 모른다. 아니 신발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운동화 조차도 종류별로 구별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많이 기대를 했는데, 처음에는 신발의 이름이 너무 어려운 탓에 약간의 고생은 했다. 운동화 만큼이나 구두의 종류가 많다는 데에서 많이 놀랐다.

2,30대 여성들의 관심이나 생각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내게 이 소설은 신선한 느낌의 색다른 경험을 주었다. 지극히 평범한 말이지만 읽을 때마다 가슴에 와닿는 작가의 말로 마무리 하고자 한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 있다면 결코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그것이 당신을 기쁘게 하는 순간보다 괴롭히거나 눈물짓게 하는 순간이 더 많을지라도.
  사랑하는 그것을 운이 좋아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얻게 되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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