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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번영 - 현대 금융경제학이 빚어낸 희망과 절망
이찬근 지음 / 부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에서 시작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전세계는 엄청난 혼란의 도가니속에 빠졌다. 윌스트리트의5대 투자은행중 5위였던 베어스턴스가 유동성에 허덕이다 JP모건체이스에 작년 3월에 강제 매각되고, 6개월뒤인 9월에는 4위였던리먼브라더스마저 파산보호 신청을 내었고, 불과 몇 시간뒤에는 3위 메릴린치가 불과 500억 달러에 BOA에 매각된다는 발표가나온다. TV에는 하루만에 20조 달러나 되는 자산이 공중분해되었다는 뉴스자막이 지나가고, 미국발 신자유주의는 사형선고를받았다는 언론보도가 나온다.(엄격히 따지면 금융위기는 신자유주의 사형선고가 아니고 신자본주의 사형선고라고 해야 옳다. 이 책에따르면 결국 사형선고도 아니지만)
<불안한 번영>은 제목부터 사뭇 진지하다. 작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 내용을 금융위기가 태동하게 된 배경과 지금까지진행되어온 과정, 그리고 앞으로 예상되는 미래 순서로 풀어나가겠다고 밝힌다. 물론 자신도 유럽식 사회민주주의를 강력하게 주장해왔지만 지난 4~5년간 자유시장 경제학을 열심히 탐독해서 사회민주주의가 아닌 주류 경제학을 통해 나름의 해법을 찾았다고 한다.
서브프라임 모지지론 사태가 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져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에서 시작해서, 그 한가운데 주범으로 자리잡고있는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 사모펀드같은 그림자 금융이 생겨나게 된 사회적 배경, 그리고 미국이 글로벌 금융제국으로 자리매김하는과정이 묘사된다. 그리고 나서는 미국과 세계화 그리고 중국의 미래를 여러 경제학자의 이론이나 주장으로 예상한다.
우선저자는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 사모펀드 들과 같이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글로벌 금융위기를 직접 몰고 오는 것들에 대해 대대적인규제나 개혁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결국 사회안전망으로부터 개인은 스스로를 지켜가지 않으면 안되며, 이를 위해서는교육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세계화는 거스를수 없는 대세이고, 이를 수용해야 하며, 이에맞서 살아남기 위한 준비를 해야하며, 정부와 금융, 교육, 기타 여러방면으로 나눠서 각각의 역할을 해야 하고, 개개인들도양극화사회가 초극차사회로 이어지는 만큼 거대한 개인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에필로그를 통해 한국사회는 정치가여전히 산업화 시대의 낡은 패러다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고, 대부분의 국민은 온건성향에 탈계급적인데다 모호한노동자로서의 계급의식으로 인해 계급정치는 더이상 불가능하다고 단정한다. 즉 노동자가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넘어 소비자인지투자자인지 정체성마저 혼란스러운 상황이란다. 그래서 소제목도 거대한 개인의 시대다.
사실 전반부는 세삼스럽지 않은내용이라 부담없이 읽게 되어 좋았지만, 중반 부터 이후로 넘어가면서 많이 혼란스럽다. 문제나 해결책이 뻔히 보이는데도 그렇게 될전망이 없거나 어쩔수 없지 않느냐는 식으로 해버리니. 특히 에필로그를 통해 밝힌 칠레산 과일과 포도주나 미국산 육류가 낮은관세로 수입되고, 중국산 식재료가 대거 밀려 들어와 먹거리가 풍성해져 국민들의 체위가 크게 향상되었다는 부분에서 할 말을 잃게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