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운명의 숲을 지나다 - 조선의 운명담과 운명론 조선의 작은 이야기 3
류정월 지음 / 이숲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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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신에게 의지하거나 점을 치러 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점에 중독된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원하는 답을 듣기 위해 간다고 한다. 즉 어떤 일을 어떻게 할 것인데 결과에 대해서는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점을 쳐서 그 답이 나오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유신을 도모하기 전에 성공여부를 타진했던 박정희다. 그는 사실 점을 믿지 않았다. 잘 훈련된 군대를 믿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점을 치러 수하에게 점쟁이를 찾게 했다. 그것이 바로 원하는 답을 확인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물론 '유신하면 유령이 된다'는 원하지 않는 점괘를 받고 남산 지하실로 끌고 갔다고 한다.

사 람의 운명은 태어나면서 정해져 있다고 믿는 운명론. 운명론은 때로는 살아가기 편하게도 해준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처한 형편이나 살아가는 방법 들이 다 정해져 있기 때문에 현실에 만족하고 내 형편에 맞게 살아가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묵자에서는 운명론을 사람이 게을러지고 나약해져서 결국 사회를 해친다고 경계한다. 아무리 운명론자라 하더라도 그 정도까지는 안 갈꺼라고 생각하는데.

운 명론은 때로는 조작도 이루어 진다. 조선시대에는 세자비에 간택되게 하기 위해 사주를 조작한 경우도 있었고, 요즘 절찬리 방영되는 선덕여왕에서 새가 궁에 머리를 박고 죽는 일을 꾸미는 미실이나, 예언의 없어진 부분을 만들어 오히려 인생역전을 시키는 선덕여왕이 조작. 사실 조작이란 대의를 위한 것이든 개인을 위한 것이든 나쁘다고 본다. 다만 역사서가 승자편에 서기 때문에 그렇게 포장될 뿐인데.

사람마다 특정 징크스가 있다. 예를 들자면 골프스타 박세리는 달걀을 안먹는다. '깨어지는' 식품이기 때문이란다. 즉 '실패'라는 단어를 떠올린다는 것이다. 이런 징크스는 모두 미신이다. 개인 또는 특정 사회에서 무수히 많은 이런 징크스들이 존재한다. 수험생에게 엿을 사준다든지,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2달러짜리 지폐에서부터 만지면 영험하다는 각종 조각상에까지 정말 다양하다.

동양에서 복이라고 하면 서경에 나오는 오복으로 수(壽, 오래사는 것), 부(富, 부자로 사는 것), 강녕(康寧, 건강하게 사는 것), 유호덕(攸好德, 덕이 있는 것), 고종명(考終命, 편하게 죽는것)이란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우리에게 복은 돈복밖에 없다. 돈만 있으면 건강하게 오래 편하게 죽을 수 있다. 덕이야 없어도 사는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한다. 서글픈 현실이다.

점은 미신이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이 사용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옛부터 점을 치는 관직까지 있었단다. 그뿐만이 아니다. 점을 통해 정치적 선택을 했다는 히틀러, 스탈린, 드골, 레이건과 같은 각국 수장도 있었다니 놀랍니다. 뭐 책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처럼 점성술뿐만 아니라 신비술, 숫자점, 흑마술 그리고 버마 주술신앙인 '야다야'를 맹복적으로 믿는다는 곳도 있단다.

저자는 책 말미에 운명론자의 사랑스런 억지와 이중성이라는 제목으로 운명론에서 주로 택하는 방식은 사실 억지라고 밝힌다. 그러면서도 그런 억지가 오히려 사랑스럽다고 한다. 사람의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하는 것이고, 그렇게 사람이 할 도리를 다한 연휴에 결과를 기다리라는 것. 진인사 대천명이다.

오래된 운명의 숲은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신탁을 가져오고 조선시대의 각종 설화에서 점술과 운명 그리고 예언들을 내온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비슷한 사례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책 속에서 재미있게 본 문장을 소개한다.
" 나에게 점은 베스킨라빈스31이다." 듣기 좋은 것만 골라 들으면 되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믿음을 주는 것. 그것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갈 수 있게 한다. 부정적인 이야기에 솔깃해 지는 사람이라면 점이나 오늘의 운세 같은거 보지 않기를 권한다. 오히려 부정적인 암시로 인해 인생에 도움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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