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들었던 평판과 달리 별거 아니었다.
세 개 주에 걸쳐있는 광활한 대지의 크기나 지구의 태초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간헐천, 특이한 지형과 암석들 그리고 야생동식물들의 가치가 굉장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런 것들이 내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오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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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이야기.낯선 여인의 편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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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한 줄의 현처럼 팽팽하게 긴장해서 당신의 모습이내 앉아 있었어요. 한 죽이그 현을 건드리기만 해도리기만 해도 음을 낼 것 같은 심정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다시 주위에서 긴장과 감동 사이를 오갔습니다. 그렇지만저는 항상 당신 주위에서그것을 느끼지 못했지요. 마치 당신이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다니는 시계태엽의 긴장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요. 시계태엽은 어둠서 인내심을 가지고 당신의 시간을 재고 들리지 않는 심장 박동소리와 함께 당신과 늘 같이하는데도 당신은 성급한 시선을 수백만번 똑딱거리는 초침 위로 단 한 번 힐끗 던질 뿐, 시계태엽의 긴장을거의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전 당신에 관한 한 모든 것을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습관, 당신의 넥타이, 당신의 양복을 다 알고,
당신의 지인들을 한 사람 한 사람 구별할 수도 있었으며, 누가 내 마음에 들고 누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도 나누었지요. 열세 살부터 열여섯 살까지 매 순간 당신 속에서 살았답니다. 아, 얼마나 어리석은 짓들을 했는지 아실까요! 당신의 손길이 닿았던 문손잡이에 입을 맞추고, 당신이 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내던진 담배꽁초를 훔쳤답니다.
그 꽁초는 제게 성스러운 것이었지요. 당신의 입술이 거기에 닿았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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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오빠인 지미 삼촌이 집에 들렀을 때 위 이모는 오빠가 자의 멍든 얼굴을 보지 못하도록 지하실에 숨어 있었다. 삼촌이는 가족들과 함께 살지 않았으므로 집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마서는 안 됐기 때문이다. 이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엄마가 특히 심했지만, 모두가 그런 식으로 살았어. 그냥…..
내기 너무 부끄러웠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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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책 -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물건의 역사
키스 휴스턴 지음, 이은진 옮김 / 김영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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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싸고 가볍고 편리하다고 해서 전자책이 종이책을 밀어낼수 있을까?

손에 잡히는 질감과 종이의 냄새, 바스락거리며 펼칠때 나는 소리를 전자책에서는 느낄수 없다.

책속의 내용을 읽기 전부터 애서가에게는 책은 묵직함으로 전하는 매혹적인 사물 그 자체이다. 책다운 책을 소유하는 것으로 절반의 만족을 준다. 키스 휴스턴의 <책의 책 The book> 부제가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있는 물건의 역사'이다. 책은 존재의 무거움이다.

튼튼한 판지에 남다른 디자인과 컬러가 시선을 잡고 있어 서재에 꽂혀 있으면 요즘 쓰는 말로 '있어빌리티' 하다.

펼쳐 읽기도 전에 서점, 도서관, 가정 서재의 책장에 꽂힌 책들을 보면 영혼이 살찌는 기분이다.

책의 탄생과 역사부터 책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있는 꽤 묵직하며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외관을 지닌 책이다.

키스 휴스턴은 문장부호 뒤에 숨겨진 특이한 이야기에 관하여 글을 쓰는 작가소개가 인상적이다.

이 책에 대하여 '종이 책을 향한 러브레터, 책에 바치는 오마주, 가장 책다운 책'이라는 여러 매체의 찬사가 있다.

책에 관한 책 중에서 내게 가장 인상에 남은 작품은 책을 불살라버려서 책이 없는 끔찍한 세상을 그리는 소설 <화씨 451> 이다. 책이 타는 온도로 지은 제목이지만

종이 책은 전자책과 공존할수는 있어도 영원히 사라지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사라지길 바랄수 없는 애틋한 것이다.

종이가 양피지를 대체하고 가동 활자가 필경사라는 직업을 없애고 코덱스 즉 제분한 책이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제쳤듯이 컴퓨터와 전자책이 아주 빠르게 종이책의 존재를 위협하고 있다. p14

종이와 잉크 판지 풀로 이뤄진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장치로서 이제껏 우리와 함께 했고 우리가 오랫동안 신뢰했던 유형의 책에 관한 책이다. 질량과 냄새가 있고 책꽂이에서 꺼내면 손에 들리고 내려놓으면 쿵 소리를 내는 책에 관한 책이다. p15

책의 역사와 제작에 관한 것부터 책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종이책만의 고유한 특성을 사랑한다면, 책의 촉감과 냄새와 책장 넘기는 소리를 사랑한다면, 책이 사라지는 일은 오지않을 것이라 굳게 믿는다면, 혹은 애서가라면 기대와 호기심에 들쳐봐야 할 책이다.

"파피루스에 글씨를 쓰는 경험이 불만스럽더라도 파피루스를 생각해낸 것 자체가 무척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파피루스 두루마리가 없었으면 책이란 것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당시 유럽 기독교인 사이에서는 파피루스를 폄훼하고 종이를 양피지에 비교하며 깎아내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나님이라면 습지에서 자란 골풀같은 저급한 재료보다는 숫양과 염소 가죽으로 만든 책을 읽지않았겠냐며. 하지만 결국엔 종이의 승리다.

"피비린내나는 제조 과정이 만들어낸 핏기 없는 순결한 물질 수세기 또는 수천년 동안 사막의 더위와 유럽의 냉기를 견뎌낼수 있는 우아한 필기 재료 고대와 중세의 작가들이 그 시대에 가장 중요했던 종교 문학 과학 주제의 글을 기록한 매체 그게 바로 양피지다."

1부 '종이'에서는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에서 시작해 양피지를 거쳐 종이에 이르기까지의 변천사이다. 2부 '본문'은 문자의 출현부터 인쇄기 발명까지의 이야기를 한다. 3부 '삽화'는 책 디자인과 제작에 스며든 예술과 기술을 다루며 4부에서는 책의 겉모습 속에 감춰진 뒷이야기가 펼쳐진다.

"앵크 십자가는 부적을 지닌 자가 오래 살게 해주었고 호루스의 눈인 우자트는 부적을 지닌 자를 지켜주었다 마지막으로 수성잉크를 쓰던 이집트인들은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깨끗이 씻어 거기에서 나온 물을 마시면 두루마리에 적혀 있던 비밀이 그 사람에게 전해진다고 믿었다"

이같이 신성문자를 새긴 부적은 그 기호가 의미하는 바대로 생기를 불어 넣어준다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허먼 멜빌이 <모비 딕>에서 고래분류법을 이해하기 쉽게 책의 판형에 빗대어 설명했다는 것도 재밌었다.

책의 탄생과 2천여년 역사에 대해 책의 뒷이야기까지 깊이 있고 상세하게 탐구하여 전달하고 있는 <책의 책>은 다 읽고나면 책에 관하여는 아마도 박사가 되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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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곁의 약이 되는 27가지 풀과 나무 - 한의사 김승호의 당신을 살리는 약초 이야기
김승호 지음 / 김영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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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승호의 사람의 몸을 살리는 약초 이야기이다.

지천으로 있는 식물 중에서 우리가 궁금해하는 우리 몸의 병을 고치는 27가지 풀과 나무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에 소개된 꽃과 나무마다 아름다운 실사진과 세밀화가 들어있어 마치 식물도감처럼 생생하게 이해를 도우며 감상의 재미도 준다.

우리 강산에 있는 풀과 나무들이지만 무심코 보고 지나치며 이름도 잘 모르고 효능은 더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 우리 몸을 고치는 신비한 약초가 있다면 흔하다고

무심히 지나치기엔 아까운 자연이다. 알아두면 정말 쓸모 있는 우리 곁의 약이 되는 풀과 나무 중에서도 한의사 김승호 저자는 27가지 질병에 특효인 약초를 소개한다.

"전라도 지역에선 '곰밤부리'라고하는 봄나물이 있다. '검범부리'라고도 하는데 타 지역에선 '콩버무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쯤에서 '아하!'하는 분들이 있을듯 싶다.그렇다. 번루가 흔해빠진 그 곰밤부리 나물이다."

저자는 전남 해남 출신으로 10년간 신문사 기자로 일하며 살다가 30대에 한의대에 들어가고 한의사가 되었다.

그는 희귀하고 값비싼 것만 약초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흔한 풀과 꽃과 나무가 모두 약초라고 강조한다.

한자로 된 약초 이름이 어렵고 생소해서 거리감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흔한 식물이 약초인 것이다.

심마니가 산삼을 찾아 어렵사리 찾아야 나오는 산삼 같은 것만 귀한 약초가 아니다. 곰방부리 나물인 '번루'가 보잘 것 없는 풀이지만 수전증에 특효라는것등, 알면 보이는 약초의 세계가 신비롭기만 하다.

"패장초는 가을의 산길을 수놓는 노란 꽃 마타리, 반병련은 논둑과 밭둑에 흔한 수염가래꽃, 백도옹은 할미꽃, 누로는 절굿대다."

조휴,토복령, 사간, 마치현 이런 어려운 한자어 약초들이 흔하디흔한 풀과 나무들이라니, 어려운 한자를 써서 약초와의 거리를 멀게 느껴진듯하다.

결국 자연에서 나오는 모든 것이 약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주의할 점은 약초는 약인 동시에 독이 될 수도 있으니 잘 알고 써야겠다. 좋다고 해서 약초를 무조건 약으로 써서는 안되고 우리 몸을 잘 알고 먹어야 한다. 그러니 '관절염에 좋은 약 쇠무릎, 간에 좋다고 간장약 민들레' 식으로 함부로 가져와 먹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약은 약사에게 묻고 먹어야 하듯이 약초는 한의사에게 물어보고 제대로 처방받아야 하지 않을까.

석창포는 뿌리만 약효가 되는 것이 아니어서 잎과 꽃을 모두 약으로 쓸 수 있다. 잎을 달인 물로 머리를 감으면 모발에 윤기가 나고 비듬이 없어진다 차로도 만들 수 있다 창포잎을 덖거나 데쳐서 비빈 다음 건조하면 창포잎차가 된다 꽃 역시 잘 말려 두었다가 뜨거운 물로 우려내면 향기로운 차가 된다 모두 두뇌의 기능을 증진시키고 눈과 귀를 밝게 하므로 수험생이나 정신노동자에게 유용하다 중풍이나 관상동맥경화 같은 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 도움이 된다. p56

두뇌를 총명하게 하는 계곡의 풀인 석창포는 총명탕에 들어가는 약재료뿐 아니라 다양한 효능과 분재로도 요즘엔 나온다니 우리 몸을 살리고 마음에 힐링을 주는 식물로 여겨진다.

여성 질환에 좋은 모란과 작약은 그 우아한 꽃의 자태만으로도 모든 이의 기쁨이 되는데 목단피 뿌리껍질은 몸의 병도 고치니 매력이 넘치는 식물이 아닐 수 없다.

여름이면 우리 아파트 정원에서도 예쁜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자귀 나무라는 것도 이 책을 보고 알았다. 자귀나무는 그 껍질에 정신을 편안히 해서 우울증을 치유하는 성분이 있고 꽃말이 환희, 사랑, 애정이고 부부 사이가 좋아지는 애정목이라 우리 조상들이 집안에 심었다고 한다. 식물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알고 지식을 쌓아가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은 약초 이야기만 나열되어 있지는 않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우리의 자연에 대한 사색을 하며 더 자연에 가까워지게 한다.

천덕꾸러기처럼 여겼던 숨은 약초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점에도 의의가 있다.

계절을 따라가며 자연의 순리대로 존재하며 우리를 살리는 꽃과 나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마음도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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