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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미술관 역사로 걷다 - 프랑스 혁명기의 다비드부터 자본주의 시대의 반 고흐까지
이동섭 지음 / 지식서재 / 2018년 12월
평점 :
가끔가다가 그런 책들이 생긴다. 책의 소개부분을 보고 '와~이책은 꼭 읽어야해!' 라고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 이책은 '역사'라는 단어와 '그림'이라는 단어가 나에게 그런생각을 불러일으켰다. 역사는 언제나 내 필독서였고, 그림은 내 희망 관심사였다.접할 기회가 없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언제나 알아가고 알고싶고 친해지고싶었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꼭 읽어야한다는 느낌을 가지고 펼쳤지만, 쉽게 읽지는 못했다.
누군가가 '그책 재미있어요?쉽게 읽을수 있어요?'라고 묻는다면, 난 질문하는 상대를 바라보고 한참을 생각한 후에나 답해줄수 있겠다.
나는 이책이 손에 꼽힐정도로 상당히 마음에 들었지만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편하게 읽어내려갈수 있는 책은 아니였다. 다만, 읽는이가 미술쪽에 기본지식이 있고, 프랑스 파리의 역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혁명기 시대상황을 잘 알고있는 자라면, 그는 이책을 편안하게 읽을수 있을것이다.
책은 총 390페이지로 장서에 속한다. 400페이지가 넘는 소설책들도 거뜬하게 잘만 읽는 나지만, 이책은 너무나도 장서다. 두껍다. 손에 잡히는 책의 두께가 어마어마하다.
쉬운 교양서가 아닌, 학술적인 교양서라는 이미지가 생겨버려 책속에 담고있는 내용이 너무나도 방대하다고 느껴서 일까. 책이 엄청나게 두껍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정신 단단히 붙잡고 집중력을 세워서 애정을 담아서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매 페이지가 안중요한 내용이 없고, 헛투로 쓴 내용이 없기에 공부하듯 읽고싶었다.
작가는 이책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프랑스 파리 혁명기 시절부터 자본주의 시대까지의 모든 지식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모든것을 다 쏟아붓는 다는 느낌을 담아 책을 쓴것같다.
'이 책에 내모든걸 싣겠어!' 이느낌이 들기에, 절대 책이 가볍지 않고 무겁고도 무겁다.
'왜 프랑스혁명이 시작인가?'
작가는 왜 프랑스 혁명을 시작으로 글을 썼을까?
프랑스혁명이 작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파리에서 미술전공으로 유학하며 공부하던 작가는 갈림길에 멈춰설때마다 파리를 걸었다고 하는데, 그때마다 길에 남겨져있는 혁명의 흔적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정치와 사회를 완전히 변화시킨 프랑스혁명은 우리에게 변화라는 자극을 주기에 강렬한데, 작가는 사회가 변화하면서 미술이 같이 따라서 변하는 것을 찾아냈다고 한다. 그래서 변화의 시발점인 프랑스 혁명의 역사를 시작으로 미술사의 변화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책속에서 가장 흥미진진했던 부분은 작가가 '미술의 프랑스 혁명'이라고 말했던, 마네가 나오는 <낙선전> 이였다.
'초상화의 주인공은 누가 되어야하는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안타까움과 감탄을 자아내고 재밌게 읽었던 부분은 단연코 장프랑수아 밀레였다.
왕이 힘을 입던 시절에는 왕을 위한 초상화가 그려지고, 혁명기에는 노동자와 농부들이 그림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기득권들이 초상화의 주인이 되는것이다. 투표권으로 농부들이 시대의 주인공처럼 여겨졌던때에 당연히 소수의 기득권층은 농부들이 미웠는데, 이때에 농부들을 그렸던 밀레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사고 팔리지않은 그림탓에 극심한 가난에 시달려야했던 안타까운 화가이다.
그림이라는것이 하루이틀만에 완성할수 있는것이 아니라고 본다. 그림하나를 그리는데 얼마만의 시간이 걸릴까? 다비드편에서 어떤 작품은 3년씩이나 걸렸다고 하는데, 그를 미루어 보면 작품하나당아무리 빨라도 한달은 잡아야 하는것이 아닐까?
한달을 그린 작품은 얼마를 받아야할까? 자식들을 먹여살리기 위해서는 어떤 그림을 그려야하는걸까? 밀레에게 농부들은 '환경과 세상을 탓하지 않고 매일 열심히 삶을 영위하는 정직하고 숭고한 존재'라고 한다. 소비자들의 요구와 자신의 신념앞에서 밀레는 자신의 신념을 선택한다. 인간적인면이 예술에서 가장 감동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다. 그리고 싶은 소재를 선택하여 그리고싶은 것을 그려내는 밀레의 모습을 보며 많은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림은 '지금,여기'를 정직하고 소박하게 표현할 때, 더 많은 사람들을 보듬으며 신성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밀레는 선언한다."
이런 밀레의 신념은 멋지고 그의 그림은 더욱 멋지니, 생의 후반부때에는 그림이 잘 팔렸고, 대가족도 거뜬히 부양하며 많은 화가들을 정신적으로 이끄는 멘토로 자리잡기에 충분했던듯 싶다.
책속에는 당시에 대표되는 화가들의 그림이 엄청나게 많이 수록되어있다. 마네와 모네의 우정이야기를 읽으면서 빛의화가인 모네의 그림에 눈이 즐거웠고, 언제나 르누아르의 그림에는 감탄을 하면서 보게된다. 마지막 반고흐까지 그림과 설명을 같이 들으면서 좋은 미술작품들을 감상했다는 느낌과 책을 읽는 시간이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는 보람된 느낌을 받는다. 사실 책을 꼼꼼하게 읽었다고 하는데도, 미술에 관한 지식이 원체 부족해서 인가, 누가 물어보면 대답도 못해줄 정도기에 잊혀질만하면 또 읽어야 될 책으로 잘보이는데 놔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