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의 시작은 어디인가"
제목이 <단박에 조선사>이기에, 책의 첫 시작은 이성계의 위화도회군으로 시작할 줄 알고 책을 펼쳤으나, 책은 공민왕부터 시작한다. 처음에는 뜬금없이 나온 공민왕에 다소 놀랐으나, 찬찬히 읽다 보면 이해되는 대목들이 나온다.
그 당시에 고려는 원나라의 '사위의 나라'라고 불리는 부마국이었으나, 원나라에서 명나라로 교체되던 시기였고, 이에 공민왕이 개혁을 시도했으나 실패하면서 뒤이어 정도전과 혁명파가 사회에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의 가치관을 심어준 맹자 사상의 <역성혁명>이 나올 때도 그리 놀랍지 않다.
맹자는 중국인이고 중국 사상이며, 유교의 핵심 가치로까지 끌어올렸으나, 유학이 영향을 미친 동아시아 역사를 두루 살펴보아도 맹자의 역성혁명을 실천한 사건은 발견되지 않는데, 조선의 건국이 역성 형명의 과정을 그대로 밟았다고 하는 내용은 놀라웠다.
"한 가지 사건에 여러 가지 다양한 해석들"
분명 사건은 하나인데, 다양한 해석이 달리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역사이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나와있지 않다. 역사는 역사가의 주관적인 선택이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양한 역사가의 해석을 모두 읽어봄으로써, 다양한 관점을 받아들여야 하며 그중에서 자신만의 주관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조선의 건국을 바라보는 내 시각에 위화도회군은 혁명이었으며, 이성계는 영웅이었다. 교과서와 선생님이 그렇게 가르쳐 주셨기 때문이다. 나는 이 해석을 하나로 믿으며 의심해볼 생각도 하지 못했고, 거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믿었다. 가장 처음 놀라웠던 것이 티브이에 북한 사람들이 나와서 이성계에 대해 말했을 때였다. 북한에서 이성계는 영웅이 아니고, 나라를 배신한 반역자로 배운다고 했다. 처음에는 놀랐으나, 가만 생각해보면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책에서는 " 위화도 회군을 최영에 대한 배신, 조선의 건국을 정몽주의 절개 정도로 본다면 4월 혁명부터 6월 항쟁까지 시민주권과 민주주의를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는 분명 거리가 있게 됩니다. 38p"
이 말은 그동안 작가가 이렇게 생각했다는 뜻일까? 아니면 우리가 이렇게 생각한다는 뜻일까? 과거에는 이렇게 배웠다는 뜻일까?
하나의 사건에 하나의 해석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뜻으로 들린다. 맥을 잡아보자는 작가의 말처럼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서 적극적으로 해석해보고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역사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역사의 무식자도 쉽게 맥을 잡는?"
작가가 말하는 '역사의 무식자'는 어떤 자를 가리키는 말이었을까? 무식자란 알지 못하는 자가 아니었던가? 역사를 알지 못하는 이에게, 자신의 역사 이야기를 펼치려면 우선적으로 역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우선되어야 하는 거 아닐까? 역사의 무식자인 내가 보기에 이 책은 무식자들을 위한 책이 아니었다. 역사를 알고 있는 자들을 위한 책이었다. 기본적인 설명은 해주지 않아서 조금 거리감이 느껴지는 대목도 나왔었다. 어려운 책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의 기본기를 배우고 단순 암기는 하고 있으면서 전체적인 맥락은 제대로 몰랐던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되었다. 역사의 하나의 관점만 알고 있던 자에게는 이 책은 자신의 시야의 틀을 넓히는데 아주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책으로 다가올듯했다. 단순히 공부만 했던 자에게는 재밌게 다시 읽어볼 수 있는 책으로 다가올듯했다. 이점에서 방송인 김제동 씨는 이 책을 제대로 꿰뚫고 있는듯했다. 그의 추천사가 이 책의 본질을 그대로 말해주는 듯하다.
책 머리에 3년여의 노력을 통해 이 책이 나왔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 말은 3년 동안 책을 써 내려갔다는 뜻일까. 아니면 그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와 '라디오'에 나오면서 했었던 역사적인 발언들을 묶었다는 뜻인지 궁금해진다. 이유는 <단박에 조선사>라는 책을 읽는다는 것이, 책을 읽는 것처럼 딱딱하지 않기 때문이다. 팟캐스트를 듣는 듯이, 혹은 역사 강의나 지식방송을 듣는 듯이 책 속의 말이 나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해주는 것처럼 들리며 재미지게 흘러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