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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평점 :
"종이동물원"은 중국인 엄마와 미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잭이라는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엄마는 아이에게 자신의 사랑 표현으로 종이로 동물들을 접어서 주고 아이와 함께 있기를 원하지만,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국의 아이는 생김새도 다르고 늘 말도 통하지 않는 중국인 엄마가 밉다.
아이는 부모에 의해서 태어나면서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으며 부모의 인정을 받으려고 하는 욕구가 있지만, 세월이 지나고 아이가 성장하면 아이의 인정욕구는 자신의 또래 집단으로 향한다고 한다. 친구라는 또래 집단 속에서 그들과 함께라는 소속감을 느끼고 친구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커진다고 하는데, 아이들은 서로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비교하면서 영웅시하기도 하고 놀림감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친구들과 함께 하려는 마음이 그들과 같아지고 싶다는 마음으로 변하고, 생김새가 그들과 같지 않음은 엄마 때문이라는 것에 화살이 엄마에게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책 속에서 현실적으로 잘 녹아있는 듯하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에 대해서 찾아보았다. 켄리우는 1976년생으로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열한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했다고 한다. 중국 아이가 미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책 내용과 같기에 책 속에 인종 차별의 내용과 언어에 대한 내용이 실제 켄리우의 경험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었다.
언어라는 것이 무언인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언어는 단순히 의사소통에 대한 도구로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것과 민족의 혼이 담겨있다고 믿고 고유 언어를 지키려고 하는 생각 사이를 마구 오갔다.
(미국에서) 유색 인종 작가의 글은 오로지 자전적 고백일 때에만 가치 있는 것으로 대접받습니다.
저는 그런 분위기를 거스르고 싶어서, 처음에는 제가 물려받은 중국 문화와 관련된 것은 무조건 피하려고 매우 조심했습니다. 전혀 중국적이지 않은 서양적 글쓰기를 지향했던 겁니다, 그 결과는 끔찍이도 답답했습니다. 그건 입의 절반이 테이프로 막힌 채 말하는 것, 몸의 절반이 마비된 채 춤추려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위에 켄 리우가 말했던 것을 찬찬히 보면 그는 " 제가 물려받은 중국 문화" 라고 말하고 있다. 어린 시절에 미국으로 이민 갔지만, 자기가 중국 문화를 물려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듯싶다. 그걸 소설 속의 엄마에게 녹아들게 해서 엄마가 중국 문화를 간직하고 있으며, 그것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었고 했던 거라고 추측해본다.
" 내가 'love'이라고 말할 때, 난 그 말을 여기서 느껴요" 엄마는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리켰다.
"하지만'사랑'이라고 말하면, 여기서 느껴요"
엄마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인 언어인데, 언어에 따라서 감정은 다른 것일까?
"종이동물원"이 대단한 이유는, 지극히 현실적인 배경 속에서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솟아난다는 것이다. 누구나 어렸을 때 한 번씩은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자신에게 있는 인형과 장난감에게 말을 걸어보고 옷을 입혀주고 깨끗이 해주며 살아움직인다고, 내 인형들은 내 상상 속에서 살아움직이는 존재들이었다고, 내가 그랬으니깐. 그래서 주인공 아이가 종이동물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소리를 들었을 때, 저 아이도 평범한 아이들과 같이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어 노는구나 싶었다. 그것은 누구나 그런 어린 시절을 지나왔기에 자연스레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다. 고등학교에 간 주인공 아이가 이제 모든 걸 다 아는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에도, 그건 사춘기를 지나온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하기에 쉽게 공감이 된다. 이렇게 켄 리우 작가는 성장과정과 사람이 일상생활 속에서 겪는 평범하고 사소한 일들을 소설 속에 적어 넣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게 적어 넣었다. 그렇지만 환상문학답게 평범했지만 평범하지 않았고 우리를 전설 속으로 이끌고 들어갔으며 꿈꾸는듯한 환상을 보여주었다. 조금은 안타까우면서도 감동으로 이어지는 스토리가 잔잔한 뭉클함으로 끝이 난다.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아이를 성장시켜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설을 고이 간직하고 그것을 잭에게 전해주려고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아이에게 전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