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 그대로 - 사람 관계에 대한 예능 잡설
윤성희 지음 / 네시간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제목을 보는 순간, 떠오른 단어는 리얼리티. 현실성, 사실성, 혹은 현실감이라 설명되기도 하다. 저자는 관계에 대해,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 과감하게 이야기한다. 관계?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움츠려 들지 않아도 돼. 표지에 "나는 왜 사람이 불편한가?"라는 의문으로, 막을 연다. 그리고 사람을 겪을만큼 겪고, 부딪쳐 볼 만큼 부딪쳐 본 인생 선배가 우리에게 말을 건다.

 이 책의 목차, 문장들을 보면 느낄 수 있듯 간결하면서도 전달력이 우수하다. 무엇보다 제목처럼, 날것 그대로 저자의 진솔한 경험들을 담고 있다. 예능작가인 저자는, 누구보다 사람을 많이 겪었을 경험들과 흥미진진한 스토리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책을 보면서 반가운 이름들, 우리에게 익숙한 프로그램들이 널려 있다. 관계라는 소재로, 이 저자와 비슷한 얘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저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경험들을 통해서, 정말 친오빠 혹은 친언니와 이야기하는 것 같은 해소를 맛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자이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조언들, 저자가 바라보는 시각으로 보아야 보이는 관점들을 읽어나가게 될 것이다.

 사람의 시선이나 편견, 그리고 평가에 대한 어려움들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런 타자의 평가에 좌절하는 이에게 저자는, 자신의 가치가 상대방의 평가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내 눈에 확 들어온 단어, '사람을 대하는 태도' 뜨거워야 하는 순간도 있다는 저자의 말에, 나의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한가?라고 자문해보게 되었다. 나는 한 번이라도 뜨거웠던 적이 있었던가? 그 관계와 그 사람에 있어서, 성실했고 열정을 가졌었나? 라는 자문도 더불어서. 그 다음에 이어지는 저자의 말, '정작 인생에서 가장 냉정해야 하는 순간은 자신이 지쳤을 때'라고. 나는 이 문장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저자는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이야기해준다. 오로지 진실한 것만이 유일한 사랑은 아니라고. '알아도 모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할 때.' 마음이 보는 진실의 범위가 넓어진다고. 너무나 멋진 말 아닌가. 또 여기서,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는가? 사랑을 가지고 대하고 있는가? 뒤돌아보게 된다. 어쩌면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관계속에서 다치고, 깨지고, 그렇게 성장해가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우린 그 '과정'을 어렵게 생각하거나, 두렵게 여기기 때문에, 혹은 다치지 않으려 애쓰기 때문에, 관계가 어려운 것은 아닐까. 저자는 정말 온 마음으로, 온 열정으로 사람을 대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사랑이 아니면, 진실이 아니면, 진심이 아니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같이 일해나갈 수 없었을 테니까.

 독자인 '나'에게 저자는, 대인관계로부터 오는 나의 상처를 포용해주는 것 같이 다가왔다. '알아, 이해해.' 독자인 '우리'에게 저자는, 모든 관계로부터 오는 '우리'의 상처를 포용해주며 다가올 것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으므로. 타자와 나 사이의 관계를 이야기하던 저자는, 어느새 '나'에 주목한다. 타인의 시선때문에 나를 포기하고 살면, 내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결국, 나의 삶의 주체는 나자신이라는 것이다. 관계의 중심에 서고 싶다면 나를 찾는 게 우선이라고. 또한 상처는, 사람을 통해서만이 극복할 수 있다고. 타자는 나에게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품어왔던 나에게 저자의 문장들은 말그대로 해소가 되었다. 사람과의 대화가 내게 큰 영향을 끼치는 구나,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구나, 관계란 부딪쳐 나가야 하는 것이구나, 그리고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이토록 소중한 것이구나.

이 책을 덮고, 나는 나의 결론을 내렸다. 관계에 대해, 타자에 대해, 그렇게까지 심각할 필요가 없다고.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들, 더 사랑하자고. 또 앞으로 마주할 관계들에 대해서는, 성실함으로, 열정으로, 열린 마음으로, 그리고 사랑으로 다가서자고. 모든 것을 오픈할 필요도, 모든 것을 감추어야 할 필요도 없다. 그 경계란, 모호하나 굳이 알아야만 하는 것은 아닐 거라고. 관계에 대해, 타자에 대해, 너무나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나. 그리고 너무나 많은 감정들을 가졌었던 나. 그런데 저자의 몇 마디 문장이 나의 마음을 뚫고, 나의 생각과 틀에 박혔었던 시각들을 바꾸어주었다.

사람과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리고 그 안에서 겪을만큼 겪었던 저자의 이야기를 일단 들어보자. 읽다보면, 관계에 대한 모든 생각들이 뚫릴 만큼의 힘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나는 관계로 뛰어들, 그리고 사람을 사랑할, 힘을 얻었다. 관계때문에 웅크리고 있을 때, 이 책 한 권은 그 누구보다도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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