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eee 사랑하고 싶다
타오 린 지음, 윤미연 옮김 / 푸른숲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랑하고 싶다, 사랑하고 싶다- 제목이 이뻤다. 이쁜 디자인과 사랑이란 단어가 포함되어있는 제목. 그래서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넌 또 내게 무엇을 얘기해줄까, 호기심을 가지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가볍지 않았고, 또 조금 어렵게 다가오기도 했다.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실제인지 잘 구분하기가 어려웠기에. 그래서 맨 처음엔 당황스럽기도 했던 거 같다. 누가 주체이고, 이 책이 도대체 무엇을 얘기하는 것인지, 어떤 얘길 전하고 있는 것인지 햇갈리기도 하였다. 그래서 이 책을 덮고 났을 때, 이 책이 어떤 책인지를 조금 알게 되었던 거 같다. 마치 수많은 돌 가운데에서 무언가 아주 귀중한 것들을 찾아내야 하는 것같은, 수수께끼같은 책. 그러나 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것, 나타내고자 하는 것... 그것이, 참 특별하게 다가왔던 거 같다. 저자와 함께 주제를 찾아나가는 느낌이랄까, 무쪼록 이 책을 만난 것이 반가웠다. 가볍지 않았기 때문에, 읽을 수록 호기심이 들기도 했었고.. 생각을 많이 하면서 봐야 하는 책처럼 다가왔다.

 

이 책에서 발견한 것은, 허구와 환상 혹은 상상을 넘나든다. 그리고 무기력과 권태로움이 보여졌다. 진취적인 그 어떤 것도, 나아감도, 목표도, 그 어떤 설렘과 두근거림도 없다. 가슴 뛰는 삶이라는 것, 그런 것은 이 곳에 없었다. 삶이라는 것, 그것은 이 책에 없었다. 그냥 그렇게 다가왔다. 이 안의 사람들은 분열되어있는 것 같이 보여진다. 또 이 책의 앤드류라는 인물은 끊임없이 새러라는 옛날여자친구를 회상하고, 또 새러라는 대상 안에 갇혀 있는 것같다. 새러를 너무나 사랑하고, 또 자신이 새러였으면 하며, 모든 사람들이 새러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언제나 상상은 허구라는 벽에 걸려 있을 뿐이다. 상상과 허구는 현실이라는 삶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 벽을 뚫고 현실이란 시간 속으로 침투하지 않는다. 또 앤드류는 미래가 과거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이미 존재하는 것.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 것. 굉장히 무기력하게 들려온다. 이미 정해져 있는 답이니, 두려워할 필요도- 새로이 무언가를 시도할 필요도-없노라고. 모든 것들에 대해 포기한 듯한, 어투. 시시하다, 지루하다, 라는 말들이 반복하여 나온다. 앤드류 자신은 존재하며, 또 시간 안에- 세상 속에- 속하여 있으며, 그것이 곧 실제이며 현재란 이야기인데.. 앤드류는 허구안에 있는 존재 같았다. 존재한다기보다, 존재함과 멀리 떨어져 별 상관없는 인물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즐거움이나 행복에 대해 얘기한다. 마치 그것은 우리가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는 것이라는 듯- 얘기하는 것 같다. 무언가 여러 벽으로 쳐져있는 방 안에 갇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모든 대상들을 우울하게끔 만들어버리는 앤드류. 앤드류의 안에 있는 것들이 우울의 형태를 띄며, ... 앤드류는 그것을 태양이 빛을 발사하는 것처럼, 우울한 앤드류가 대상들을 우울화시키는 것 같이 보여졌다. 또 눈에 띄었던 문장은 행복한 사람들은 이미 행복하기에, 굳이 내가 좋아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 그냥 눈에 띄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주는 걸까. (날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들의 눈엔 내가 어떻게 비춰질까, 갑자기 생각이 든다. 어딘지 모르게 슬픈 문장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는 돌고래. 그 다음에 등장하는 엘렌. 과거의 내가 했던 일에 대해 책임질 수 없으며 다른 시간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자신에게 책임을 물어선 안된다고 얘기하는 엘렌. 모르겠다. 그 문장이, 내 안의 많은 책임들에 대해 내려놓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앤드류의 상상. 그리고 현실로 되돌아온다.

 

결론은, 사랑. 답도, 사랑. "끼이이이이 끼이이 끼이이이"라는 문구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건 '사랑하고 싶다, 사랑하고 싶다'는 신호라고 한다. 앤드류가 꿈꾸는 것은, 바로 사랑하는 삶이라고. 네트워크를 이루는 삶이라고. 그러나 그것을 할 수 없기에, 허구 속에서- 상상 속에서 이루어진다. 공허한 슬픔이다. 만져지지 않는 슬픔이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 저자는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게끔 한다. 다소 허무하고, 슬프다.

 

많은 책들을 볼 때에, 사랑이란 단어를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 사랑은 관계 안에서 보여지기도 하고, 이 책처럼 허무와 허구속에서 보여지기도 하고, 대상을 통해 보여지기도 하다. 정말 다양한 형태로 사랑이란 단어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형태 하나하나가, 그 단어를 통한 스토리 하나하나가 너무나 색다르고, 너무나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나의 삶에 들어와 부딪치기에 - 그것을 전달하는 책들이 귀하다. 참 아름답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이 책이 더 내 눈에 띄지 않았나 싶다. 결론은 이것이 실제적인 삶 안으로 들어와 부딪쳐야 한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나자신의 삶 속에- 그리고 타인과의 교제속에, 소통속에, 관계속에서- 이루어져야만 한다. 사랑은 혁명이라고 한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것, 그것은 혁명이다. 지금 세상과 현실속의 사람들은 어쩌면 허구 안에 자신을 담그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랑이란 단어가 빠진 현재로 자신을 밀어넣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위험해, 그것은 위험해, 라고 얘기하며. 물론 이 책은 조금 더 내가 보는 시각과 다른 것들에 대해 얘기하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덮고, 이 글을 쓰는 동안에 난 내가 고민하던 문제가 확 풀렸다. 타인은 아닐지라도- 때론 관계 안에서의 경계라는 것 때문에 밀어내고, 밀어내기를 서로 반복하고 있을지라도- 사랑은 혁명을 만들어내고, 사랑은 각자의 삶을 허구가 아닌 실제로 만들기에, 결국 사랑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사랑하라, 라는 것이다. 돌고래의 슬픔, "끼이이이이"라는 소리로- 사랑하고 싶단 신호를 보내는 그들. 사랑하면 되지, 그냥 사랑하고 포용하면 되지, 그러면 그 분홍색 숲으로 슬플 때마다 걸어들어가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 사랑하자, 사랑하자..

 

그것이 어떤 대상이든, 삶이든, 죽음이든, 세상이든, 나이든, 사람이든. 사랑하지 않으면 그 어떤 혁명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의 내부에서-. 사랑만이 참된 가치이고, 사랑만이 우리가 타인에게 전달해야 할 전부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앤드류의 이야기를 통해 내 안의 공허와 허구들을 본 것 같아서, 그래서 그런지 더욱 사랑이 실제이며- 삶 안에서 우리가 행해야 할 한 가지 가치처럼, 다이아몬드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어렵다, 사랑이란 것. 한 번 더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이 책 안의 곳곳에 있을지도 모를, 사랑을 발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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